◎‘도망자’ 42년만에 종영미국에서 TV시리즈물과 영화로 각각 제작돼 감동을 준 「도망자」의 실제 주인공 샘 세퍼드가 아내 살인범이 아니라는 사실이 42년만에 밝혀졌다. 그의 외아들 샘 리스 세퍼드(48)의 오랜 추적이 빚어낸 결실이다.
샘 리스 세퍼드의 의뢰로 사건현장의 핏방울과 정액, 샘 세퍼드의 바지에 묻은 핏자국 등을 분석한 인디애나폴리스의 DNA감식팀은 이러한 증거들이 동일인의 것이지만 샘 세퍼드의 것은 아니라고 5일 밝혔다. 감식팀은 DNA분석 결과 또다른 혐의자인 리처드 에벌링(67)의 피속에 있는 DNA특징과 일치한다고 덧붙였다.
샘 리스 세퍼드는 『이제야 우리 가족의 명예를 되찾았다』고 담담하게 말했다. 그는 어머니가 살해됐을 때 7세였다. 유명한 의사였던 아버지는 범인으로 지목받고 2급 살인죄로 무기징역형을 선고받았다. 「도망자」에서와는 달리 그의 아버지는 도망다니지 않았다. 10년후 재심 기회를 얻어 무죄판결을 받았지만 아내를 죽인 자로 낙인찍혀 음식점에도 들어갈 수 없는 생활을 하다 알코올중독자로 70년 비참하게 죽었다. 이 사건의 여파로 할머니와 외할아버지가 자살하는 고통도 또한 겪어야 했다.
그 자신도 방황이 심했다. 2년간 보스턴대를 다니다 반전운동에 뛰어들었고 외가에서 물려준 돈으로 유럽에서 오랫동안 방랑생활을 했다. 돈이 바닥나자 보스턴에 구강위생치료사로 정착했다. 그는 82년 한 사나이의 사형이 집행되는 감옥을 철창밖에서 바라보는 모자의 사진을 보고 아버지의 명예회복에 본격적으로 나섰다. 그는 아버지가 목격한 더벅머리 사나이를 에벌링이라고 확신하고 있다. 이번 결과는 그러나 부친이 범인이 아닌 것은 분명히 가렸지만 에벌링이 범인이라고까지 결론을 내려주지는 못했다.<워싱턴=홍선근 특파원>워싱턴=홍선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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