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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희발재(지평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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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희발재(지평선)

입력
1997.02.0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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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남아 화교들의 설날 덕담에 「꽁 헤이 팟 쵸이(공희발재)」란 말이 있다. 북경 표준어발음(꽁씨파챠이)과 판이한 광동어 발음이다. 「돈을 많이 벌어 부자가 되기 바란다」는 뜻이다. 원래 중국의 설날 덕담은 이외에도 신년호 신년쾌락이 함께 사용되어 왔다.하지만 해외 화교사회에서 유독 꽁헤이… 가 널리 퍼진 것은 두가지 이유에서였다. 하나는 신년호가 평범한 뜻이었을 뿐더러 신년쾌락의 낙자 발음이 광동어의 낙자 발음과 비슷해 잘못 들으면 「새해엔 빨리 몰락하라」는 뜻이 되어서다. 그러나 보다 더 중요한 것은 자신들의 불행한 처지 때문이었다. 화교는 가난 때문에 고향과 조국을 떠나온 사람들. 따라서 이들의 목표는 돈 많이 벌어 부자가 되는 것 하나 뿐이었다.

이러한 화교들이었지만 그들에겐 반드시 지켜야 할 불문율이 있었다. 지난 91년 싱가포르에서 열렸던 최초의 세계 화상대회때 참석자들은 자신들의 과거를 회상하며 그동안 화교사회를 지탱케 해준 4가지 신념을 밝힌바 있다. 「근면」 「저축」 「신뢰」 「단결」. 이 대회에서는 또 꽁헤이 팟 쵸이란 덕담이 단순히 돈만 벌어야 한다는 뜻이 아니고 이상 4가지의 철학과 신조가 전제되어 있는 것이라면서 어느 하나라도 소홀해서는 안된다고 강조한 바 있다.

작년말 세계 은행은 지구상의 3,500만 화교의 총자산이 자그마치 2조달러를 초과했고 이는 일본 총자산의 3분의 2를 넘는데다, 단일 민족으로는 최대의 재력집단임이 입증되었다고 밝혀 그들의 노력과 저력이 어떠한지를 짐작케 했다.

오늘부터 설연휴가 시작된다. 올해의 설은 어느 때보다 우울하며 썰렁한 분위기다. 노동법 파동, 한보사태와 함께 나라경제가 흔들리고 있는 탓인지 국민들은 좌절감, 위기감에 휩싸여 있다. 그래서 그런지 올 설날이야말로 근면·저축·신뢰·단결을 기본으로 한 꽁헤이… 같은 덕담이 반드시 오가야 할 것 같다.<논설위원실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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