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원 미도파 대농 등 국내 대기업들이 외국인들의 무차별적 주식매집으로 기업인수합병(M&A)비상이 걸렸다. 특히 경영권 보호를 위해 사모전환사채(CB)를 발행하려 한 미도파를 상대로 외국인투자자가 법원에 낸 「전환사채 및 신주 인수권부사채(BW) 발행유지가처분」신청이 받아들여져 M&A에 대비한 조치를 취하기도 어려워졌다.외국인들이 눈독을 들이고 있는 이들 기업은 대주주지분이 비교적 낮은 편이고 짭짤한 사업을 갖고 있는게 특징이다. 외국 자본은 재벌그룹 계열사라도 자산가치가 우량하고 기업내용만 좋다면 당장이라도 삼킬 듯한 태세로 무차별 공세를 퍼붓고 있다.
따라서 이들 기업은 「백기사」(기존 대주주의 경영권 방어를 돕는 제3자)를 동원하거나 국내 기관투자가를 「아군」으로 만들기 위해 백방으로 뛰고 있다.
미원그룹은 7일 임창욱 그룹회장이 외국인 M&A설에 시달리고 있는 (주)세원의 주식 6만주(2.3%)를 장내에서 매입했다고 증권거래소에 신고했다.
세원 주식에 대한 외국인투자한도 소진율은 지난해 10월17일 0.84%에서 5일 현재 69.72%로 뛰었고 이 기간중 주가도 4만1,000원에서 6만1,000원으로 급등했다. 이에 따라 세원의 임성욱 부사장의 형인 임회장이 백기사로 나선 것이다. 93년 7월 미원그룹에서 분가한 세원은 임부사장 등 친인척 명의의 지분이 29.44%에 달하고 있으나 외국인의 저돌적인 주식매집추세를 감안해볼때 절대 안심할 수 없는 상황라는 분석이다.
미원그룹 관계자는 『세원의 주력제품인 라이신(동물성장촉진제)이 세계시장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어 국내외 경쟁기업들의 적대적 M&A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며 『경영권 보호를 위해 형인 임회장이 나섰으며 앞으로도 필요하다면 지분을 추가매입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대농그룹 계열인 미도파와 대농도 외국인 M&A설에 휘말려 곤욕을 치르고 있다. 미도파는 현재 경영권방어를 위해 H그룹 등에 백기사로 나서줄 것을 호소하는 한편 투신사 등 국내기관들을 찾아다니며 보유중인 지분을 넘겨줄 것을 요청하고 있다. 이밖에도 사모CB 발행을 추진하고 계열사를 통한 지분확충에 나설 계획이었으나 6일 법원의 결정으로 사모CB를 발행할 수 없게 돼 난감한 입장에 처했다. 미도파 주식은 지난달 8일부터 5일까지 홍콩계인 동방페레그린증권과 HG아시아증권을 통해 각각 117만2,600주, 36만200주씩 순매수됐다.
미도파와 함께 대농도 최근 외국인의 M&A위협에 시달리고 있다. 대농의 주식은 지난달 30일부터 5일까지 동방페레그린과 HG아시아를 통해 33만여주가 순매수됐다. 이는 대농의 총발행주식수(1,458만주)의 2.2%에 불과한 수준이나 이 기간동안 매일 두 증권사를 통해 순매수된 분량이 당일 거래량의 30∼40%를 차지하는 수준이다.
동방페레그린증권은 국내 신동방그룹과 홍콩 페레그린그룹이 92년 설립한 합작증권사 1호로 탁월한 분석력과 철저한 고객정보 보안을 강점으로 내세우고 있다. 동방페레그린증권을 통해 주식을 사들이고 있는 외국인투자자들은 이들기업을 직접 인수하지는 않더라도 경영을 잘못하면 우수한 제3자에게 주식을 넘기는 방법으로 경영권을 행사할 수 있다고 밝혀 M&A대상 기업들을 공포에 떨게 하고 있다.<남대희 기자>남대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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