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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루코 면도날(한국의 명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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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루코 면도날(한국의 명품)

입력
1997.02.0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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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가 인정하는 ‘부드럽고 상쾌한 느낌’(주)도루코(대표 노재룡)는 95년 지구 반대편으로부터 뜻밖의 편지 한통을 받았다. 칠레 산업재산권 담당국이 발신지로 돼 있는 이 편지는 「도루코의 상표등록신청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내용이었다. 칠레의 내국인이 이미 「DORCO」라는 이름을 면도날, 나이프 등의 브랜드로 등록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남미시장 진출을 본격화하려던 이 회사가 적지 않은 타격을 입었음은 물론이다.

역설적이긴 하지만, 이같은 사례는 면도날 전문생산업체인 도루코의 「이름값」이 어느 정도인지 가늠케 해준다. 면도기의 본고장인 미주대륙을 포함, 세계 150여개국에 자체상표로 수출되고 있는 도루코 면도날은 이제 거대 다국적기업 질레트나 쉬크의 아성을 위협할 정도로 뛰어난 품질로 세계 곳곳에서 유명세를 누리고 있다. 그만큼 상표도용으로 인한 피해 우려도 갈수록 커지고 있다.

도루코가 칼 만들기 외길로 접어든 것은 50년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창업주인 탁시근(86) 명예회장은 55년 동양경금속 주식회사를 설립, 미군 PX에서 흘러나온 면도날을 문구용 칼로 개조해 팔면서 사업을 시작했다. 처음에는 면도날 1개를 두개로 쪼개 문구용칼을 만들었으나 갈수록 수요가 늘자 4등분해 생산량을 늘렸다. 필기도구라고는 연필밖에 없었던 당시 절삭력이 탁월한 면도날을 이용한 연필깎이 칼의 인기는 실로 대단했다.

탁회장은 이같은 인기에 힘입어 60년 대한도물을 인수한 뒤 회사이름을 한일공업으로 바꾸고 독일에서 프레스기와 절단기를 도입, 본격적인 칼생산에 나섰다. 이듬해에는 「도루코」라는 브랜드로 처음 면도날을 선보였다. 탁회장이 손수 지었다는 도루코(DORCO)라는 특이한 이름은 모기업인 동양경금속의 「동양」(Dongyang)에서 DO를, 면도기란 영어단어(Razor)에서 R를, 기업을 뜻하는 「Company」에서 CO를 따서 만든 합성어다.

면도날의 생명력은 「절삭력」에 있다. 면도 후의 상쾌한 느낌은 바로 이 절삭력이 좌우한다. 그러면서도 면도기는 보다 손쉽고 깨끗하고 안전하게 면도가 이뤄질 수 있도록 최적의 재질과 강도, 구조를 갖추어야만 한다. 겉보기엔 간단해보여도, 이같은 요건을 완비한 면도기를 만들려면 소재의 선택에서부터 펀칭 열처리 연마 광택처리 수지코팅 녹방지 절단 조립 등에 이르기까지 수십단계의 복잡한 제조공정과 반도체기술에 버금가는 초정밀의 극세기술이 요구된다.

첨단공정의 도입과 끊임없는 기술개발 덕분에 도루코 면도날은 「편안하고 부드러운」 면도기능으로 세계로부터 인정받고 있다. 면도날의 각도가 피부상태에 맞게 자동조절되는 인체공학적 시스템면도기와 탁월한 절삭력을 자랑 하는 스테인리스 두날면도기 등 다양한 형태의 도루코 면도기들은 세계시장에서 외국의 일류상품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다. 면도기는 물론, 농업용 낫 헤어커터 식도 수술용칼 다이아몬드절삭기 등에 이르기까지 「칼」의 종류는 모든 것을 생산하는 종합메이커로 성장한 도루코는 현재 연간 매출액 850억원에 칼분야에서만 해마다 150억원어치를 수출한다.

공채사원 출신으로 89년 5월 사장에 오른 노사장은 『최근들어 막대한 자금력과 유통망을 거느린 질레트나 쉬크가 우리나라 시장을 급속도로 잠식하고 있다』며 『품질면에서뿐 아니라 마케팅면에서도 이들 업체를 앞지르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변형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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