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가 10%선… 정씨 비자금조성용 추정한보철강이 당진제철소 공사과정에서 협력·하청업체들로부터 관행적으로 리베이트나 커미션 등 뇌물성 자금을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5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당진제철소 공사에 참여한 협력·하청업체들중 상당수가 공사·납품대금의 일정액을 한보철강측에 사례금조로 제공해온 것으로 드러났다. 이 리베이트자금은 대부분 정태수 총회장의 비자금으로 흘러들어간 것으로 추정되며 검찰이 14개 하청업체에 대한 압수수색을 실시한 것도 이런 이유이다.
당진제철소에 알루미늄섀시 등을 납품·시공해온 모회사 대표는 『한보철강측이 계약 체결때마다 노골적으로 돈을 요구해 공사금액의 10%정도를 사례비로 제공했다』며 『계속 공사에 참여하기 위해서는 울며 겨자먹기식으로 사례금을 줄 수 밖에 없었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리베이트는 나중에 어음대금 결제때 공제하는 것이 아니라 반드시 계약전에 현금으로 제공해야만 했으며 이같은 관행에 따르지 않을 경우 계약취소 등 불이익을 감수해야 했다고 밝혔다.
95년부터 당진제철소의 내화물 설치공사를 해온 한 협력사는 연매출액의 3% 정도를 한보철강에 사례비조로 제공했다고 밝혔다. 이 회사 대표는 『관리자가 부하직원들의 부조금 등에 사용할 기밀비 용도로 직접 돈을 요구하기도 했다』며 『발주자측과 원활한 유대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관행적으로 사례금을 제공했다』고 말했다.
한보철강이 물품이나 용역대금을 과다계상하는 방법으로 건설비용을 턱없이 부풀렸을 것이라는 주장도 제기됐다. 한 협력업체 사장은 『한보철강과 협력업체가 서로 짜고 자갈 100트럭분을 1000대분으로 늘린뒤 나머지 돈을 빼돌린다는 얘기도 공공연히 나돌았다』며 『당진제철소의 공사비가 2조원이나 더 늘어난 것은 순전히 이같은 음성거래 때문이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협력업체들은 또 한보철강과의 거래가 정상에서 벗어난 「기형적인」 형태가 많았다고 입을 모았다. 연간 1억원상당의 단열보온재를 납품해온 경북 포항의 S사의 관계자는 『일반적인 거래의 경우 계약서에 따라 납품을 하는 것이 통례지만 한보의 경우 계약서도 없이 구두로만 그때그때 주문을 하는 경우가 많았다』며 『맘에 안들면 언제라도 협력업체에서 탈락시키겠다는 식이어서 거래를 하면서도 항상 불안한 상태였다』고 지적했다.
한보철강은 특히 몇백만원 단위의 소액도 1∼2개월뒤 어음으로 결제하는 「100% 어음거래」로 협력·하청업체들의 경영난을 가중시킨 것으로 드러났다. 한 건재업체 관계자는 『통상 공사전에 계약금 30%를 주고 중도금 40%와 나머지 40%를 차후에 지불하는 것이 관행인데 한보는 공사가 다 끝난 뒤 한두달후에야 만기 4∼5개월짜리 어음으로 결제를 했다』며 『게다가 아무리 비싼 어음이라도 언제나 1장짜리로 끊어줘 은행에서 할인받지도 못해 자금회전에 큰 어려움을 겪었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95년부터 당진제철소에서 생산된 철근·코일의 운송을 맡은 업체 관계자는 『운송비를 회사 마음대로 결정하는가 하면 특별한 기준도 없이 운송물량을 참여업체마다 차별적으로 배정하는 등 불합리한 점이 많았다』며 『작년부터는 미결제 어음대금이 쌓이면서 불만이 있어도 거래관계를 끊고 나올 수도 없는 형편이었다』고 말했다.<변형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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