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변건물 함께 10차례 근저당/80∼92년걸쳐 7백억대 설정한보그룹이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를 지으면서 준공과 동시에 기부채납했어야 할 대치2동 동사무소 등 공용청사건물 소유권 이전을 미루면서 12년동안 은행에 담보로 제공하고 거액을 대출받는 등 재산권을 행사해 온 것으로 밝혀졌다. 한보측은 92년 5월 이 건물을 강남구에 증여했으나 은행이 설정한 근저당이 해제되지 않아 은행채권단이 청산절차를 밟을 경우 강남구청은 동사무소를 빼앗길 처지에 놓여 있다.
5일 강남구청 등에 따르면 한보는 70년대말 강남구 대치2동 316 은마아파트 건축과정에서 편의시설에 동사무소(1백47평) 예비군중대본부(30평)를 건축, 기부채납을 조건으로 서울시로부터 사업승인을 받았다. 한보측은 그러나 기부채납을 미루면서 80년 10월부터 92년 5월2일까지 이 건물의 다른 부동산 14건과 함께 조흥·산업은행에 10차례 공동담보형식으로 제공하고 7백77억원의 근저당을 설정했다. 강남구청은 91년 한해에만 4차례 기부채납을 요구했으나 한보측은 회사의 어려운 사정 등을 이유로 소유권 이전을 미루며 91년 11월18일 동사무소건물 등에 채권최고액 4백억원의 근저당을 설정했다. 당시 업무를 맡았던 이모씨는 『91년 이전에도 여러 차례 기부채납을 요구했으나 자금사정 등을 이유로 소유권 이전을 미루며 근저당을 계속 설정했다』고 말했다.
강남구청은 92년 5월 대치2동 동사무소와 예비군중대본부의 건물과 토지를 기부채납 받았으나 7백77억원의 근저당은 여전히 설정돼 있는 상태다. 강남구청은 조속한 근저당권 해지를 촉구했으나 한보측은 아무 조치도 취하지 않고 있다. 지방재정법에 따르면 행정재산 및 보존재산은 대부·매각·교환·양여하거나 근저당 등 사권을 설정할 수 없게 돼 있다.
고려합동법률사무소 최의범 법무사는 『소유권을 이전할 때는 전 소유주가 설정한 근저당권을 해지하는 것이 기본인데 강남구가 근저당권을 해지하지도 않고 증여받은 것은 납득하기 힘들다』고 말했다.<정진황·박일근 기자>정진황·박일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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