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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보 비어/김주언 전국부 차장(앞과 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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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보 비어/김주언 전국부 차장(앞과 뒤)

입력
1997.02.0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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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장안에 얼마전부터 이상야릇한 소리 하나가 자꾸만 들려와 그 소리만 들으면 사시같이 떨어대며 식은 땀을 주울 줄 흘려쌌는 사람들이 있으니 해괴한 일이다 이는 대개 돈푼깨나 있고 똥깨나 뀌는 사람들이니 더욱> 시인 김지하씨가 70년대초 발표한 담시 「비어」의 첫부분이다. 「비어」란 「메뚜기떼」(비)처럼 힘을 가지고 세간을 풍미하는 말로 권력층이 가장 겁낸다는 뜻이다. 그래서 단순한 풍설인 「유언」과는 다르다.

한보부도사태가 온나라를 휩쓸면서 「한보 비어」가 난무하고 있다. 전국 어디서나 2∼3명만 모이면 한보사태와 관련된 「카더라통신」이 화젯거리로 등장한다. 한보특혜대출의 배후에 대통령측근이 관련돼 있다는 자민련의 성명이후 「PK막가파」 「젊은 부통령」 「소산」이라는 새로운 「비어」가 탄생했다.

정치권의 「설 유포경쟁」이 본격화한 뒤에는 「한보리스트가 수백명이 넘는다」 「한보로부터 돈을 받지 못한 사람은 팔불출이다」 「노동법파동을 잠재우기 위해 정부가 고의부도를 냈다」는 등 밑도 끝도 없는 비어가 쏟아져 나왔다.

「한보 비어」는 국민이 현정부를 극도로 불신하는데다 한보사태를 처리하는 데 투명성과 공평성이 미흡하기 때문에 더욱 극성을 부리고 있다. 한보 비어가 극성을 부리면 부릴수록 「돈푼깨나 있고 똥깨나 뀌는 사람들」은 「사시같이 떨어댈 것」이다. 한보사태의 진상이 정확하고 소상하게 밝혀져야만 한보 비어가 사라질 것은 뻔한 이치이다.

김시인은 「비어」를 발표한 뒤 「북괴의 선전활동에 동조했다」는 혐의로 당시 중앙정보부(현재의 안기부)에 연행돼 옥고를 치렀다. 자신이 「비어」에 언급한 「이심전심적 반국가단체조직가능죄」라는 죄목이 적용된 것이다.

정부 여당은 개정된 안기부법을 더이상 재논의할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안기부가 「이적단체 찬양고무」라는 이유로 한보 비어를 유포하는 사람들을 김시인과 같은 죄목으로 다스리려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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