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둑터진 정치권 “해일 온다”/한보 태풍­정·관가에 소용돌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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둑터진 정치권 “해일 온다”/한보 태풍­정·관가에 소용돌이

입력
1997.02.0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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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빙산의 일각일뿐” 싹쓸이설 대두/“상황따라선 3김 퇴진” 거론까지정치권 내륙에 어마어마한 「해일」이 밀어닥치고 있다.

『홍인길·권노갑 의원은 빙산의 일각』이라는 얘기가 정가에 파다하다. 신한국당의 한 당직자는 5일 『급기야 둑이 무너졌다』는 표현으로 앞으로 몰아닥칠 해일의 정도를 짐작케 했다.

정치권의 표정은 그야말로 핵폭풍전야다. 여야 정치인들은 마침내 한보사태의 결말이 일시적 태풍이 아닐 것이란 점을 예감하기 시작했다.

과연 어디까지일까. 국민여론을 감안한 충격요법인가 아니면 아예 「싹쓸이」인가. 정치판을 새로짜야 하나. 한보사태는 3김시대의 퇴조를 예고하는 것일까. 이같은 추측과 의구심은 갈수록 커질 수 밖에 없다. 한보사태의 진행추이는 어느덧 우리 정치지도의 향배에 대해 매우 의미심장한 의문부호를 동시다발적으로 던지고 있는 것이다. 그 이유는 다른데 있는 것이 아니다. 여권핵심부의 「한보해법」이 1·2차 방정식 수준을 뛰어넘고 있음을 누구나 극명하게 목도하고 있기 때문이다.

신한국당의 한 검사출신 의원은 이날 『정치권수사의 초입에서 홍·권의원을 거론하는 검찰수사의 흐름으로 보아 결론은 훨씬 큰 폭이 될 수 밖에 없다』면서 『지금은 누가 살고 누가 죽느냐를 예측하는 자체가 무의미하다』고 말했다. 또 한 중진의원은 『상도동, 동교동의 집사를 처음 단계에서 쳤다면 이는 갈 데까지 간다고 봐야 한다』며 『정부·여당으로서도 선택의 여지가 없는 것이며 검찰수사는 이제 시작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홍·권의원은 40여년간 한국정치를 이끌어온 김영삼 대통령과 김대중 국민회의총재의 수족과 같은 인물이다. 때문에 이들의 뇌물수수 포착은 바로 성역없는 수사와 읍참마속을 현실로 입증하는 셈이다. 문제는 그 다음이다. 여권의 차기대선주자를 포함한 민주계 실세 여러 명, 야당의 중진급 의원들, 전·현직 고위직 공무원 10여명, 청와대 전·현직 수석비서관 등 한보태풍의 영향권을 비켜갈 대상은 거의 없다는 지적이 설득력을 얻는 분위기이다.

다음은 변화를 예상해볼 차례다. 우선 정치권의 총체적 지각변동설이 나돌고 있다. 무엇보다 중요한 대목은 현 집권세력의 핵심축인 민주계가 무너지고 있다는 점이다. 이번 사태의 추이를 두고 「민주계의 몰락」이란 극단적 표현까지 등장하는 실정이다. 민주계 핵심실세 여러 명이 검찰수사선상에 오르내리고, 야권의 핵심인사가 사법처리 대상이 되는 자체가 정치권의 소용돌이를 예상케 한다. 여러 갈래의 정계재편가능성이 점쳐지고, 여야 일각에서 정풍운동조짐을 보이는 모습등이 그 시작일 수도 있다. 이는 여권의 대선경쟁구도에도 상당한 변화를 초래할 수 있다. 둘째는 세대교체 바람이다.

한보사태는 구시대 정치의 단면을 극명하게 보여준 사건이다. 신진세대 정치인들의 탈계보 움직임과 함께 구시대 정치인들에 대한 퇴진 압력이 서서히 가시화할 수 있을 것이다. 이는 3김퇴진론과 맥을 같이한다. 이홍구 신한국당 대표가 이날 「양김퇴진론」을 거론한 것도 여권의 다음 카드를 엿보게 하는 단적인 예이다. 결국 3김씨의 영향력은 그들의 지역기반에도 불구, 현저한 세 위축을 가져올 수 밖에 없을 것이다. 나아가 3김퇴진론은 정치권의 중요한 테마로 자리잡을 공산이 적지않다. 김대통령의 결단과 「한보해일」의 실체적 그림이 속속 드러나고 있는 것이다.<정진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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