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름·그믐전후 3∼4일/사리때가 적기/각종 패류·낙지도 풍성꼬막이 제철이다. 입안에서 쫀득쫀득하게 씹히는 맛이 일품인 꼬막은 겨울 바람이 세찬 1, 2월에 가장 맛이 좋다.
꼬막으로 이름난 곳은 태백산맥의 끝줄기가 바다와 만나는 전라남도 보성군의 보성·벌교지방. 이중에도 벌교읍 앞바다의 여자만과 보성읍 앞바다의 득량만이 특히 알려져 있다. 조수간만의 차가 크고 개펄이 넓은 것이 특징이다. 이곳의 꼬막 맛이 워낙 좋다보니 조선시대에는 궁중에 진상품으로도 보냈다.
벌교읍 장암리 하장마을은 평소에는 조용한 포구마을. 요즘같은 사리때가 되면 마을 분위기가 달라진다. 사리때만 배를 타고 나가 개펄 끝에서 꼬막을 캐오기 때문이다. 어촌계 창고에 자그르르 소리를 내며 쏟아지는 꼬막을 보고있노라면 마음속까지 시원해진다.
사리는 음력 보름과 그믐을 전후로 한 3∼4일로 다음 적기는 22∼26일께이다. 하장마을 서원태(50) 어촌계장은 『이때면 꼬막뿐아니라 피조개 키조개 새조개등 패류와 낙지 등도 더 풍성해진다』고 말한다.
꼬막에는 참꼬막과 새꼬막 두 종류가 있다. 참꼬막은 껍데기의 세로줄이 더 듬성듬성하고 깊이 파여있는 것으로 두께도 새꼬막보다 더 두툼하다. 참꼬막은 개펄 끝쪽에 묻혀 있는 반면 새꼬막은 수심 1∼6m의 바다에 서식한다. 새꼬막은 바다속에 그물을 띄워 놓으면 거기에 달라붙어 살기 때문에 채취도 간단하다. 형망선으로 그물을 끌어내면 그만이다. 그러나 참꼬막은 일일이 손으로 캐내야 한다.
벌교에서는 참꼬막을 더 쳐준다. 새꼬막은 아예 먹지않을 정도이다. 벌교읍에 사는 강혜자(42)씨는 『참꼬막이 더 고소하고 담백하다』고 말한다. 가격도 참꼬막이 배는 더 비싸다. 벌교읍에서 수산물도매를 하는 박정복(47)씨에 따르면 1㎏당 가격은 참꼬막이 1,500∼1,700원이고 새꼬막이 700∼1,000원이다. 벌교 수협(0694―857―2131)이나 수산물 도매상에서 살 수 있다. 도매상에서는 대개 20㎏단위로 판매하며 벌교 보성 읍내 시장에서는 소량도 판다.
보성군에 가면 삼경과 삼보를 보고와야 한다. 삼경이란 산 바다 호수를 말한다. 태백산맥의 끝 줄기인 제암산 천봉산과 보성 앞바다, 주암호가 삼경이다. 삼보는 이곳 사람들이 자랑스러워 하는 의병 판소리 차를 가리킨다. 벌교읍은 조정래씨의 소설 「태백산맥」의 실제무대. 읍내로 들어가면 일제시대때 만들어진 「소화다리」와 지주가 살았다는 큰 기와집을 찾을 수 있다.
보성에서 어린 시절을 보낸 서재필선생의 생가를 복원한 기념공원(0694―53―0040)과 서편제의 비조 박유전 선생의 유적인 정자 「강산정」, 천봉산의 대원사등이 가볼만한 곳이다. 보성읍내 향교에는 의병의 업적을 기리는 항일사적비가 있다. 차를 좋아하는 사람이면 보성에서 가장 큰 다원인 대한다원(0694―52―2593)에 들러도 좋을 것이다. 회천에서 율포까지 845번 국도를 따라 이어진 27㎞ 해안도로도 멋있다.
서울에서 보성읍까지는 390㎞. 광주에서 18번 국도를 따라 1시간이면 보성읍에 닿는다. 광주에서 보성읍이나 벌교읍으로 가는 직행버스가 30분마다 있다.<벌교=노향란 기자>벌교=노향란>
◎맛있게 먹는 방법/80℃서 설익혀야 제맛
꼬막의 맛은 삶는 방법에 달려 있다. 하장마을 정삼례(47)씨는 『물이 끓으면 찬물 1공기를 넣은후 불을 줄이고 씻어놓은 꼬막을 넣는다. 물온도가 80℃ 정도일때 꼬막은 가장 맛있게 익기 때문이다. 2∼3분정도 익힌뒤 꺼내면 된다. 설익히는 것이 맛을 살리는 비결이다. 껍질이 벌어지도록 오래 익히면 특유의 씹히는 맛이 없어진다』고 말한다. 꼬막은 삶은뒤 손으로 까먹는 맛이 최고다. 이곳 벌교 사람들은 양념을 하지않은 삶은 꼬막을 가장 좋아한다. 삶은 꼬막을 까면 나오는 검은 피도 남김없이 먹는다. 삶은후 초고추장에 찍어먹는 꼬막회, 간장양념을 얹은 꼬막숙회, 껍질째 불 위에서 구워먹는 꼬막구이, 살만 발라 끓이는 꼬막죽 등 여러가지 요리를 만들 수 있다. 보성군청 문화공보실 조동환 실장은 『꼬막은 비타민B와 필수아미노산이 많아 여성과 노약자에게 좋고 타우린이 많아 술 마신후 간을 해독하는데 도움을 준다』고 예찬한다. 꼬막죽은 꼬막을 소금물에 담가 해감을 한 후 속 살만 떼어내어 전복죽을 만드는 요령으로 끓이면 된다.
◎맛있는 집/벌교우렁집 우렁탕·회/해변가든 피조개회
벌교읍에 간다면 빠지지않고 들러야 할 곳이 벌교우렁집(0694―857―7613)이다. 이 집의 주메뉴는 우렁탕과 우렁회. 논에서 나는 우렁이로 만든다. 자연산만을 쓰다보니 논에 물이 마른 겨울에는 맛보기 힘들다. 다행히 올해는 인근 저수지를 청소하며 나온 우렁이를 냉동보관했던 것으로 만든 우렁회가 겨울에도 선보이고 있다. 보통 살아있는 우렁이로 끓이는 우렁탕은 3월 중순이 지나야 제철이다. 주인 한영희(39)씨에 따르면 우렁탕은 녹차를 우려낸 물에 꼬리부분을 자른 우렁이를 껍질째 넣고 된장을 듬뿍 풀어 끓여 해장국으로 그만이다. 우렁회는 삶은 우렁이와 볶은 호박과 오이 미나리 도라지를 섞어 초고추장으로 양념한 것으로 밥에 비벼 먹으면 별미다. 우렁탕은 1인분에 5,000원. 3∼4명이 먹을 수 있는 우렁회는 1만5,000원이다. 벌교 버스터미널에서 도보로 10분거리로 홍교다리 인근에 있다.
보성읍에서 차로 20분거리인 득량만 율포해변에 있는 해변가든(0694―53―1331∼2)에서는 싱싱한 조개류를 맛볼 수 있다. 피조개 키조개 개불 등의 회를 판다. 피조개는 5∼6개 한 접시에 1만 5,000원이다. 피조개가 워낙 싱싱해서 붉은 핏물도 맛이 상큼하다. 길이가 20㎝쯤 되는 대형 키조개는 5개들이 한 접시에 2만원이다. 개불 역시 한 접시에 2만원. 참기름에 찍어먹는 맛이 독특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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