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늘어나는 직업병… 현황과 대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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늘어나는 직업병… 현황과 대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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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7.02.0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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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업병이란 무엇인가/일과 관련 발생한 질병 총칭/유해환경 종사 근로자 매년 특수건강진단 법제화최근들어 망간중독 등 여러가지 중독성 직업병이 빈발, 노사간 갈등의 원인이 되거나 사회문제화하고 있다. 직업병이란 직업이 원인이 돼 발생한 질병을 총칭한다. 사람은 살아가기 위한 방편으로 누구나 일을 할 수 밖에 없다. 농림과 광·어업이 주업이었던 과거의 선조들도 직업에 관련된 질병과 사고의 위험 속에서 일을 했다. 특히 산업이 발달함에 따라 많은 근로자들에게 여러가지 유해한 환경이나 작업조건이 형성되면서 새로운 건강장애의 위험성이 대두했다.

각종 유해인자에 노출된 근로자들은 법에 의해 매년 한번 혹은 두번이상 유해인자와 관련된 건강상의 이상유무를 평가받도록 돼 있다. 바로 특수건강진단이다. 노동부는 해마다 특수건강진단에서 직업병으로 판정받은 근로자의 수를 보고하고 있다.

여기에는 다른 경로로 발견된 직업병과 사고성 재해는 포함되지 않는다. 종류별로는 소음성난청과 진폐증이 대부분을 차지하며, 전체적으로 감소추세에 있다.

특수건강진단은 근로자의 직업경력과 작업조건, 주요증상 및 임상검사에 의해 2단계로 진행된다. 1차 건강진단은 작업경력 임상증상 등과 함께 유해인자와 관련된 몇가지 예민한 검사를 실시, 정밀검사 대상자를 찾아낸다. 2차 건강진단은 정밀검사 결과에 따라 직업병 여부를 판정한다.

특수건강진단은 직업병의 예방과 조기발견을 목적으로 건강관리 차원에서 실시하는 것이다. 따라서 직업병이 많이 진행돼 치료비나 후유증에 대한 보상을 받을 수 있는 업무상질병과는 성격이 다르다. 즉 특수건강진단에서 직업병으로 판정됐더라도 반드시 치료가 필요하거나 장애를 남기는 것은 아니므로 직업병 판정을 받은 모든 근로자가 산재보상보험법상의 보상대상이 되는 것은 아니다. 일반인들은 이 점을 혼동하는 경우가 많다.<이세훈 가톨릭대 의대 교수·예방의학>

◎생산·사무직 망라 ‘안전지대’가 없다/진폐증·누적외상성장애 등 종류 다양/사회문제 인식 능동·장기적 대처 시급

88년 원진레이온의 이황화탄소 중독사건은 우리 사회를 떠들썩하게 했고, 산업보건 분야가 새로운 전기를 맞는 계기가 됐다. 이후 수은중독, 카드뮴중독사건 등이 꼬리를 물면서 직업병은 중요한 사회문제로 등장했다.

60년대 초만 해도 직업병하면 진폐증과 소음성난청 수준에서 맴돌았다. 그러나 시대가 변하면서 과로사나 출퇴근 때 발생한 건강문제까지 「업무기인성 질환」의 범주에 포함되는 시대가 왔다. 이제 우리나라의 직업병은 최근 문제가 된 망간중독과 유기용제중독, 석면에 의한 중피종 등 중금속이나 화학물질에 의한 장애 뿐아니라, 경견완증후군 처럼 반복작업에 의해 발생하는 누적외상성장애나 요통 등의 근골격계질환을 망라한다. 또 과거 생산직 근로자 중심의 직업병에서 사무직 또는 서비스직 근로자의 직업병으로 범위가 넓어지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95년 현재 우리나라 직업병 유소견자의 90%이상을 진폐증이나 소음성난청이 차지하고 있다. 아직도 60년대 말의 질병 분포상황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상당수 전문가들은 그동안 변화한 산업구조와 작업환경 등을 들어 정부의 통계치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으며, 실질적으로는 진폐증이나 소음성난청 이외의 직업병이 훨씬 많을 것으로 추측하고 있다.

직업병은 산업구조나 생산공정 등의 변화에 따라 그 양상이 변하기도 하지만, 사회의 보상 능력이나 사회적 합의에 따라 그 범위가 확장된다.

따라서 진폐증이나 소음성난청 등 전통적인 직업병 뿐아니라 오랫동안 잠복기간이 필요한 직업성암과 누적외상성장애 등 신종직업병에도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지난 20∼30년동안의 급격한 산업발전으로 전통적인 직업병과 현대적 의미의 직업병이 동시에 사회문제로 다가오고 있는 것이다.

이같은 이중적인 상황은 직업병 문제에 대해 매우 효율적인 접근을 필요로 한다. 그런데 지금까지 우리의 직업병 문제에 대한 접근은 문제를 먼저 인식하고 상황을 주도하기 보다는 벌어진 상황을 수습하는 형태로 이뤄진 게 대부분이다. 따라서 원진레이온사건, 문송면군 사건 등으로 고유명사화해 불리게 됐고, 이런 사건이후에 항상 정부의 수습책이 발표됐다. 즉 우리나라의 산업보건분야는 상황을 적극적으로 만들어가기보다는 수습하는 형태로 진행돼온 측면이 강하다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사업주와 근로자는 물론 정부와 전문가 등 각 분야에서 그때 그때의 상황을 수습하기보다는 장기적인 안목을 갖고 문제를 앞서서 해결해 나가야 할 것이다. 아울러 직업병은 우리 사회구성원 모두가 책임져야 하는 「우리의 문제」라는 인식이 필요하다.<송동빈 길병원 산업의학연구소 소장>

◎신종직업병/단말기 반복작업 경견완장애/직업성 스트레스도 최근 관심

산업의 발전에 따라 직업양상이 계속 변하면서 새로운 직업병이 나타나고 있다. 예전에는 없었거나 주목을 받지 못했던 질병이 새로 발생하면 적절한 대처를 할 수 없는 경우가 생기므로 주의가 요구된다.

우리나라의 산업현장에는 매년 200여종의 신 물질이 등장한다. 이런 물질 중에는 인체건강에 미치는 유해성이 충분히 검증되지 않은채 사용돼 문제를 일으키는 것도 있다. 불소화합물의 대체물질로 사용되는 유기용제가 최근 이를 사용하는 모전자회사에서 불임 등 생식기능 이상을 초래하는 것으로 밝혀진 경우가 대표적인 예이다. 요즘 미국등지에선 호르몬과 비슷한 기능을 가진 물질들이 정자수 감소, 성장이상, 불임증가 등의 주범으로 의심되고 있다.

새로운 생산방식 내지 생산환경의 변화는 건강에도 영향을 미친다. 은행전산원 114안내원 컴퓨터프로그래머 등 컴퓨터 단말기를 반복적으로 사용하는 직업군에서는 목 어깨 팔 부위의 이상을 호소하는 경견완장애가 흔히 발생한다. 대부분의 조립공정 종사자에게는 단순 반복작업에 따른 미세한 충격이 신체조직에 축적돼 팔의 신경을 압박하거나 요추부충격으로 요통 등을 유발하는 누적외상성질환이 발생한다. 현재 미국에서 가장 많은 보상을 받는 직업병이 바로 누적외상성질환이다.

우리나라의 특수한 생산방식과 관련돼 문제되는 질환으로는 직업성 스트레스에 따른 심혈관계질환을 들 수 있다. 직업성 스트레스는 주당 60시간 이상의 장시간 근무, 일과시간 후에도 지속되는 회사관련 잡무, 주말부부 등과 같은 가족과의 격리 등이 문제가 돼 나타난다.

선진국들이 70년대 들어 발암물질 취급산업을 규제하면서 이들 산업이 우리나라로 건너와 직업성암을 유발하고 있다. 석면으로 인한 중피종과 폐암이 2∼3년전부터 진단되기 시작했고, 도금업의 크롬, 석유화학공업의 벤젠, 원자력산업의 방사선 등도 문제가 되고 있다. 얼마 전에는 용접공의 뇌기저부에 망간이 축적된 사실이 확인됐다. 망간중독은 신체의 자율적인 운동기능을 손상, 손발이 떨리는 파킨슨씨병의 양상을 보일 수 있다.

우리나라는 산업화를 거치면서 과거의 고전적인 직업병과 함께 새로운 직업병을 경험하고 있다. 지금이야말로 직업병에 제대로 대처해야 할 시기이다.<백도명 서울대 보건대학원 교수·산업의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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