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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가지 선택/차동세 한국개발연구원장(한국논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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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가지 선택/차동세 한국개발연구원장(한국논단)

입력
1997.02.0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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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시장조정 방치땐 성장잠재력마저 상실/현재의 고통 분담통한 적극적 구조조정 필수우리 경제에 관한 지표나 숫자만을 보면 경상수지 적자폭의 확대를 빼고는 그리 심각하게 나빠 보이지는 않는다. 그러나 대다수의 기업인들은 지금의 경제상황이 매우 어렵다는 것을 몸으로 느끼면서 이대로 가면 경제가 더욱 심각한 위기에 빠질 것이라는 우려와 불안감에 싸여 있다. 이런 위기감은 기업의 투자의욕 위축과 자신감의 저하로 나타나고 있으며, 최근의 노동관계법 개정을 둘러싼 갈등, 진통, 한보부도사태 등으로 더욱 커지고 있다.

우리 경제가 겪고 있는 어려움에 대한 원인진단에서는 대체로 고비용·저효율 구조에서 비롯되고 있다는데 상당한 합의가 이루어져 있다. 임금 금리 지가 물류비 등은 경쟁국 수준을 크게 웃도는 반면 각 경제주체의 생산성과 경제활동의 효율성은 낮아 경쟁력이 낮을 수 밖에 없으며, 그 결과 성장이 둔화하고 경상수지적자가 확대되는 등 경제가 활력을 잃게 되었다고 보는 것이다.

우리 경제의 고비용 저효율 구조는 노동 금융 등 각 요소시장의 구조와 관행, 노사관계, 기업경영체제와 방식, 경쟁규범과 질서, 정부규제 및 정부·기업간 관계 등이 총체적으로 반영되어 나타나는 매우 복잡한 현상이다. 문제는 어떻게 하면 이를 해결할 수 있는가이다.

한가지 방법은 경제가 갈데까지 가도록 내버려 두어 시장이 스스로 조절기능을 발휘하게 하는 것이다. 현재의 고비용 저효율 구조가 지속된다면, 대부분의 산업은 그나마 남은 경쟁력을 상실할 것이며, 이는 수출감소, 불경기의 심화, 기업도산과 실업의 증가, 임금과 금리의 하락, 소득하락 등으로 이어지는 일련의 연쇄반응을 일으킬 것이다. 결국에는 환율이 절하되어 달러표시의 임금과 실질소득이 감소하게 될 것이다.

그러나 과연 이런 시장조정 과정을 거치고 난 후에 우리 경제가 다시 경쟁력을 갖춘 모습으로 회생할 수 있겠느냐가 문제인데, 오늘날의 치열한 국제경쟁을 고려할 때 불행히도 그렇게 될 가망은 거의 없는 것으로 보인다. 오히려 우리 경제는 극심한 고통을 겪으면서 더욱더 활력을 잃은 나머지 성장잠재력마저 크게 잠식되는 엄청난 대가를 치를 수 밖에 없을 것이다.

또 하나의 방법은 모든 경제주체가 미래의 더 큰 고통을 피하기 위해 지금의 작은 고통을 감내하겠다는 자세로 구조조정에 총력을 기울이는 것이다. 무엇보다도 노동시장의 유연성을 제고하고 임금안정을 도모하는 일이 중요하다. 금융개혁을 통해 불합리한 금융관행을 척결하고 금융산업의 효율화를 달성함으로써 금리인하의 여건을 마련하는 것도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이다.

또한 정부 부문의 혁신을 통한 생산성 제고, 규제완화를 통한 민간의 자율기능 확대, 사회간접자본의 확충을 통한 물류비 절감 등도 현 경제난국의 구조적 요인들을 극복하기 위한 필수적 과제이다.

이러한 구조조정은 우리 경제의 기본 체질을 개선하기 위해서 반드시 거쳐야하는 과정이지만 고통을 수반할 수 밖에 없다. 그렇기 때문에 정부 기업 근로자 소비자 등 각 경제 주체에 대하여 고통분담의 자세, 새로운 발상, 그리고 행동양식의 일대전환이 요구되는 것이다.

대내외 경제여건의 급격한 변화 속에서 적극적 구조조정의 방법과 시장의 자율조정방법 가운데 어느 것을 택할 것인지는 향후 우리 경제의 모습과 성장잠재력을 결정짓는 중차대한 선택이다.

적극적 구조조정의 방법은 현재 고통을 수반하지만 시장의 자율조정방법을 따를 때 치러야 할 엄청난 대가를 지불하지 않으면서 국민 경제의 활력을 회복하고 나아가 선진경제로 진입하기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다. 경제가 벼랑 끝까지 가기 전에 우리 모두 자신의 조그만 이익에 집착하기 보다는 국가백년대계를 위해 좀 더 멀리, 좀 더 크게 생각해야 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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