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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칸의 봄’ 시민혁명이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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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칸의 봄’ 시민혁명이 열었다

입력
1997.02.0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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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르비아­밀로셰비치 야당 승리 인정/불가리아­사회당 4월 조기총선 합의세르비아와 불가리아의 집권세력들이 4일 각각 야당과 국민의 반정부 시위에 굴복했다. 이는 양국 집권세력들에 대한 국민의 승리이자 발칸반도 민주화의 첫 발걸음이라고 분석할 수 있다. 특히 국민의 시위는 자발적이며 비폭력적으로 이루어져 「발칸반도의 벨벳혁명」이라는 말을 듣게 됐다.

◎세르비아

77일째 시위를 벌이고 있는 세르비아 야당과 국민은 4일 슬로보단 밀로셰비치 대통령이 지난해 11월의 지방선거 결과를 인정하는 특별법을 만들라고 지시한 것을 일단 민주화를 위한 첫단계로 보고 있다. 밀로셰비치는 그동안 야당과 국민의 끊임없는 시위에도 불구, 강경자세를 누그러뜨리지 않은 채 지방선거 무효화 조치를 옹호하는 입장을 견지해 왔다.

밀로셰비치로서는 수도 베오그라드를 포함한 14개 주요도시에서 민주당 등 3개 야당연합인 자예드노(다함께)의 승리를 인정할 경우 10년 집권의 아성이 흔들릴 뿐만 아니라 정국의 주도권도 야당에 넘어가기 때문에 결코 양보할 수 없었다. 그러나 세르비아정교회는 물론 민심이 완전히 자신을 등지고 경제가 파국을 맞은 데다 유럽과 미국 러시아 등도 압력을 가하자 할 수 없이 「항복」의 제스처를 취하게 됐다.

밀로셰비치의 양보로 기세가 오른 야당은 향후 정국 주도권을 보다 확실하게 행사하기 위해 밀로셰비치를 더욱 밀어 붙일 것으로 보인다. 야당지도자 부크 드라스코비치와 조란 진지치가 정부에 국가의 언론 장악 폐지 등 보다 근본적인 개혁을 하도록 압력을 넣을 것이라고 말한 것도 앞으로의 투쟁방향을 시사하고 있다.

야당세력들은 우선 실제로 지방의회를 접수할 때까지 민주 시위를 계속할 것이라고 공언하고 있으며 선거부정 및 시위를 강경진압한 내무장관과 경찰책임자의 처벌을 요구하고 나섰다. 시위가 일상생활화할 정도로 국민의 여론이 반정부성향을 보이고 있기 때문에 야당세력들은 이 국면을 이용하면 밀로셰비치를 퇴진시킬 수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하지만 마지못해 양보를 한 밀로셰비치측이 다시 뒤로 물러날 지는 의문이며 국민도 경제적으로 큰 고통을 겪고 있어 야당측의 주장에 무조건 동조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그럼에도 이번 사태는 국민이 스스로 선택한 결과를 정권이 인정하지 않은데 대한 반발에서 비롯됐다는 점을 고려할 때 앞으로의 선택 역시 국민의 몫이 될 것만은 분명하다.<이장훈 기자>

□세르비아 사태 일지

▲96.11.19:세르비아 선관위, 야당의 지방선거승리 취소 결정.

▲11.21∼24:야당 지지자 등 수만명, 베오그라드 등에서 반정시위.

▲11.27:시위대, 밀로셰비치 대통령 사임요구.

▲12.4:시위대 20만명, 베오그라드에서 반정시위.

▲12.10:나토와 미국 지방선거 승리취소결정 번복 요구.

▲12.24:경찰, 시위대 유혈진압, 1명 사망 91명 부상.

▲12.27:유럽안보협력기구, 지방선거 야당승리 확인.

▲97.1.2:세르비아 정교회, 밀로셰비치 비난.

▲1.6:세르비아 군부, 정치 불개입 선언.

▲1.13:국민 30여만명, 신년맞아 전국적인 반정부 시위.

▲1.27:베오그라드 지방법원, 야당승리 번복판결.

▲2.3:베오그라드경찰, 시위대 유혈진압, 80여명 부상.

◎불가리아

불가리아 집권 사회당이 4일 정부구성 포기와 4월 조기총선 실시를 수용했다.

불가리아 국민이 국가경제를 파탄으로 몰아간 사회당의 재집권 움직임에 저항, 30일동안 평화시위를 펼친 끝에 집권 사회당을 굴복시킨 것이다.

사회당의 조기총선 수용은 불가리아 국민과 정치인들이 도출한 대타협의 산물이다. 국민과 정당간 합의를 이끌어낸 인물은 2주전 취임한 야당출신의 중도파 페타르 스토야노프 대통령이다. 그는 이날 총리 및 국회의장과 모든 정당대표들로 구성된 국가안보평의회를 소집, 조기총선을 극적으로 성사시켰다.

회의결과를 기다리던 불가리아 국민은 스토야노프 대통령의 조기총선 실시 발표에 승리의 찬가를 불렀다. 수도 소피아에서는 10만명이 넘는 시민이 거리로 나와 춤과 노래로 승리를 자축했다.

목표를 달성한 국민과 학생들은 직장과 학교로 속속 복귀하면서 불가리아는 빠르게 정상을 회복하고 있다.

그러나 불가리아 정당간의 대타협은 새로운 시작에 불과하다. 『조기총선 자체가 국민에게 생활을 개선시켜 주는 것은 아니다』라는 스토야노프 대통령의 말대로 파탄상태에 이른 경제의 재건이라는 최대현안이 남아있기 때문이다.

총선이후 사회당정권을 대신해 탄생할 새로운 민주정부의 앞길은 높은 실업률과 치솟기만 하는 물가 등 난마처럼 얽혀있는 경제를 어떻게 해결하느냐에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조희제 기자>

□불가리아 사태 일지

▲96.12:얀 비데노프 총리 사임.

▲97.1.6:사회당, 도프레프 내무장관 총리지명.

▲1.7:시민, 조기총선 실시와 사회당 퇴진 시위.

▲1.10:시위대, 의사당 난입해 방화.

▲1.11:야당, 총파업 선언.

▲1.13:사회당, 98년 총선실시 타협안 제시.

▲1.15:정부, 연내총선 결정.

▲1.21:사회당당수, 사회당의 실정인정하고 사과.

▲1.22:페타르 스토야노프 대통령 취임. 협상 중재의사 표명.

▲1.24:사회당, 야당과 회담 합의.

▲1.28:사회당 5월총선 거부, 신정부구성 착수.

▲1.29:반공산계노조, 신정부구성에 항의 총파업 돌입.

▲1.31:시위대, 수도봉쇄 위협.

▲2.1:시위대, 전국도로 봉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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