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어의 의사소통 가능성에/근원적 물음던진 진지함 돋보여지난달 28∼30일 연우소극장에서 공연된 「키스」의 주제는 말(언어)이었다. 윤영선의 희곡을 윤영선과 이성열이 전혀 다르게 연출한 공연이다.
윤영선의 작품은 희곡대로이다. 작품은 『나 여기 있어』 『거기?』 『아니 여기』 『그러니까 거기』 『아니. 거기가 아니라 여기 말이야』라는 대화로 시작한다. 나에게는 「여기」가 너에게는 「거기」가 된다는 것을 끊임없이 재확인함으로써 인간은 본질적으로 타자임을 드러낸다. 작품 속의 남녀는 2장에서 내뱉은 말이 욕이다, 아니다 따지며 티격태격하고 3장에서 『가슴이 아프니까 말하지 말자』고 입을 다물었다.
그러나 윤영선의 결말은 타협과 화해를 그린다. 더 많이 이해하고자 내뱉은 말이 더 큰 오해를 불러일으켰지만 인간들은 의사소통의 욕망을 포기하지 않는다. 『약간만 얘기할테니까 화내지 마』라는 극 중 대사는 불완전한 그대로 만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윤영선이 언어의 폭력성과 한계를 넘어 화해의 가능성을 보여주는 데 비해 이성열은 파편화한 인간관계를 해부하는 데 주력한다. 먼저 프롤로그에서 트렌치코트를 걸친 배우들이 감정이 절제된 마임과 단조로운 대사로 도시적 인간군상을 상징적으로 보여 준다. 이어 『나 여기 있어』라는 대사가 삼풍백화점 붕괴현장에 깔린 남녀의 절규로, 전쟁중인 세상 밖으로 나오려 하는 태아의 외침으로, 혼수상태에 빠진 할아버지와 할머니의 영적인 대화로 다양하게 되살아난다. 이처럼 텍스트의 뒤에 숨어 있는 서브 텍스트를 구성하는 것은 연극인들에겐 좋은 학습과정이고 관객들에겐 재미있는 유희이다. 다만 상징성이 떨어지는 몇몇 인물의 등장은 하나의 구조로 엮을 만한 매개가 적어 다소 무리하게 보였다.
하나의 희곡을 전혀 다르게 무대화한 이 공연은 연출가들 말대로 「작은 파티」와 같았다. 뜻맞는 젊은 연출가들은 연극작업 현장에서 부딪혀 온 언어라는 화두를 자기 방식대로 실현시켜 보았고 보는 이들은 그들대로 색다른 관람을 즐겼다.<김희원 기자>김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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