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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단체 관심과 후원을/지은희(아침을 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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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단체 관심과 후원을/지은희(아침을 열며)

입력
1997.02.0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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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가입함에 따라 선진국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게 되었으니 국가적 경사임에 틀림없다. 하지만 누가 알아주든 말든 여성의 평등과 인권을 위해 일해 온 민간여성운동단체들은 큰 어려움에 처하게 되었다. 이들의 활동을 소리없이 지원해 온 독일등 선진국의 재정지원이 중단되기 때문이다. 「이제 한국도 선진국 대열에 들어섰으니 정부의 보조와 국민의 모금으로 스스로 해결하라」는 것이다.지금까지 여성운동이 우리 국민의 힘이 아니라 선진국 국민의 세금에 의해 가능했다는 사실에 새삼 부끄러움을 느낀다. 「이제는 스스로 해결하라」는 그들의 말은 타당하다. 여성단체들이 외국의 재정지원이 중단된 후에도 지속적으로 활동해 나갈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해야 할 것이다.

지금까지 우리 여성운동단체들은 많은 일들을 해왔다. 헌신적인 여성활동가들이 자발적으로 나서 남녀평등과 여성인권을 위해 교육, 상담, 캠페인, 국회청원 등 다양한 활동을 해왔다.

비근한 예로 전근대적인 가족법을 개정해 평등한 가족문화 형성에 기여했고, 일하는 기혼여성을 위한 보육시설 확보와 딸 가진 모든 엄마들이 노심초사하는 성폭력의 추방과 예방을 위한 성폭력특별법 제정을 이뤄냈다. 직장여성이 단지 여성이라는 이유로 부당한 차별을 받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남녀고용평등법을 강화하는 활동을 전개했고, 주부의 가사노동을 사회적인 가치로 지불해야 한다는 문제제기를 통해 이혼시 재산분할권을 확보했다. 최근에는 문제로 여기지 않던 가정폭력을 범죄로 규정해 이의 예방과 피해자 보호를 위한 법률 제정운동을 전개하는 등 법과 제도를 개혁하는 활동을 전개해왔다.

여성단체의 활동은 이땅 모든 여성의 삶의 질과 직결되어 있다. 한국의 민주주의가 발전하기까지 국민의 희생과 운동이 뒤따랐듯이 폭력없는 사회, 차별없는 사회를 만들기 위한 여성운동에 무임승차하려 한다면 더이상 여성운동단체가 존립하기 어려워질 것이다. 딸들의 인권과 모성을 지킨다는 심정으로 여성단체의 모금캠페인에 관심을 갖고 지원해야 할 때이다.

시민사회를 제대로 발전시켜온 선진국의 경우 시민운동에 대한 국민의 참여와 기부행위는 일상적인 것이 되어있다. 소득에서 종교세를 내고 있는 독일 국민의 경우 그 세금으로 제3세계의 인권운동과 여성운동을 지원해왔다. 미국의 여성단체들은 여성의 정치세력화를 위해 「1달러 모금운동」을 벌여 정치에 나서는 여성후보를 지원했고, 세계적인 환경단체인 그린피스의 활동도 시민들이 작은 돈을 모아서 후원하고 있다. 시민들의 공익활동에 대한 기부를 지원하기 위해 선진국 정부는 소득세 감면 등 다양한 지원책을 펼치고 있다.

함께 지키고 함께 나누면서 지속가능한 사회공동체를 만드는 일은 바로 우리 자신과 가족의 행복추구와도 밀접한 연관이 있다. 여성문제, 환경문제, 민주주의를 지키는 일 등에 자신의 시간과 돈을 나누어 참여할 때 값진 보람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우리나라 대부분의 여성단체들은 항상 일손이 필요해 자원활동가를 찾고 있고 재정형편이 어려워 일상적인 모금운동을 하고 있다. 1년에 10만원을 내는 한국여성단체연합의 자료후원회원 모집, 충북여성민우회의 매달 1,000원씩 내는 1만명회원 확보 운동, 매맞는 여성의 쉼터 생활비를 마련하는 한국여성의전화의 365인 후원회원 운동 등을 통해 선진국의 재정지원이 중단된 변화한 환경에서 자립을 위해 애쓰고 있다.

「돈과 몸이 가는 곳에 마음이 간다」는 말이 있다. 여성단체의 모금캠페인을 통해 많은 사람들이 여성단체의 활동을 알게 됨으로써 여성운동에 대한 관심과 참여가 확대되길 고대해 본다.<한국여성단체연합 상임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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