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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산전자상가도 ‘휘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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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산전자상가도 ‘휘청’

입력
1997.02.0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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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보여파 자금시장 경색 한국IPC 등 부도사태/150개 거래업체 1,000억 피해… 연쇄도산 위기한보부도의 여파가 국내 최대 컴퓨터전문상가인 용산전자상가까지 일파만파로 번지고 있다.

4일 컴퓨터 업계에 따르면 한보가 부도난지 6일만인 지난달 29일 싱가포르계 컴퓨터제조업체인 한국IPC가 쓰러진데 이어 용산전자상가의 유통업체와 부품업체들이 잇따라 도산, 연쇄부도가 우려되고 있다.

싱가포르 컴퓨터시장 점유율 1위업체인 IPC의 한국지사로 지난해 1,300억원의 매출을 기록한 중견업체인 한국IPC가 신한은행 무역센터점 등에 돌아온 총 16억1,000만원의 어음을 처리하지 못해 부도를 냈다. 이로부터 이틀뒤인 31일에는 컴퓨터기기 유통업체인 멀티그램이 8억5,000만원의 어음을 못막고 최종 부도처리됐으며 보성시스템 등 5∼6개 소형 업체들도 가중되는 자금난으로 쓰러졌다.

현재까지 한국IPC의 부도로 예상되는 피해는 150개사에 1,0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중에는 S, P, K, B 등 제법 탄탄하다고 소문난 중견 컴퓨터업체들도 끼어있어 용산전자상가 업체들의 부도도미노현상이 일어날 조짐이다. 용산전자상가에는 한국IPC와 거래했던 업체 150개중 30%이상은 연쇄부도에 휘말려 경영자가 바뀔 것이라는 소문도 돌고있다.

한국IPC는 유통망을 무리하게 확충하다 지난해부터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는 경기불황여파로 자금난에 부닥쳐 부도가 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용산전자상가에서는 한보부도이후 금융기관들이 기업대출을 꺼리고 있는데다 사채업자들마저 마구잡이식으로 대출금을 회수해간 것이 부도의 직접적인 원인인 것으로 보고있다. 아직 확인되지 않고 있으나 한국IPC가 300억원에 달하는 한보철강의 어음을 갖고 있었다는 소문도 돌고있다.

이번 부도여파로 한국IPC 관련업체들은 직원들에게 지급할 설날 상여금을 구하지도 못하고 있다. 지난해말 한국IPC에 4억원어치의 컴퓨터부품을 공급한 용산선인상가 D사의 사장은 『어음만기일이 이번달 말이지만 자금사정이 어려워 직원들에게 설날 상여금은 고사하고 급여도 지급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거래업체뿐 아니라 용산전자상가의 조립PC업계에도 상당한 피해가 우려되고있다. 용산전자상가와 관계를 맺고있던 사채업자들이 잔뜩 웅크리고 있는데다 어음을 현금화할 목적으로 대량 방출하고 있기 때문이다.

전자랜드 상우회장 권영화(53)씨는 『지난달만 해도 어음할인율이 2∼2.5%였으나 지금은 5%에도 할인해주는 사채업자가 없을 정도로 현금이 꽁꽁 얼어붙었다』고 말했다.

이와함께 유통업체들이 설날이후 한국IPC 제품을 덤핑으로 내놓을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 용산전자상가는 자금난과 함께 IPC제품에 맞서야 하는 이중고를 치러야 할 형편이다. 한국IPC의 경우 3만여대로 추산되는 재고물량 3만여대중 약 2만대가 부도이후 용산 전자상가에 나돌고 있으며 가격도 시가 140만원대의 주력기종인 133㎒ 멀티미디어PC가 소위 「큰손」들 사이에서는 50만원대, 일반인들에게는 80만∼90만원대 팔리고 있다.<선년규·홍덕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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