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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정을 쇄신해야 한다」는 소리(사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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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정을 쇄신해야 한다」는 소리(사설)

입력
1997.02.0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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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한국당의 초선의원 모임인 시월회 소속의원 30여명이 3일 긴급모임을 갖고 현시국을 「정치권이 공멸할 수도 있는 심각한 위기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이들은 노동법 파동과 한보사태로 인해 민심이 여당과 정권을 떠나고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오늘과 같이 꼬인 정국을 돌파하기 위해서는 한보사태의 철저한 진상규명과 당내 민주화를 활성화해야 한다는 등 몇가지 사항을 촉구했다. 시의에 적합한 현실진단이다. 우리가 이들의 시국인식에 공감을 표시하는 것은 이들의 인식에 현실감이 배어 있기 때문이다.이들은 현재의 국면을 더 이상 방치했다가는 돌이킬 수 없는 사태를 맞을 수도 있다는 위기의식을 정부나 당지도부가 가져주기를 바라고 있다. 그리고 난국의 돌파 방안으로 몇가지를 주문했다. 예전에는 감히 생각조차 할 수 없을 정도의 파격적인 주문이다. 오죽했으면 정치 초년병들인 이들이 나섰을까. 이들은 그간 당내 분위기에 비춰 공개리에 거론하기가 어려웠던 민감한 사안까지 이 요구안에 담았다. 당의 화합분위기를 해칠 수 있는 「돌출성」이라고 이들의 현실 인식을 나무랄 수만은 없을 정도로 현실은 각박한 것이 사실이다.

이들이 지적한 바와 같이 오늘과 같은 난국을 돌파하기 위해서는 한보사태의 철저한 진상규명과 과감한 당내 민주화가 우선적으로 이뤄져야 한다. 문민정부 최대의 정치적 의혹이라는 한보사태를 적당하게 미봉하려다가는 「호미로 막을 일을 가래로도 못막는」 사태를 맞을 수도 있다.

거듭 강조하지만 이번 사태의 근본핵심은 5조원이란 엄청난 융자와 관련된 권력 실세의 외압을 찾는 일이다. 국민들이 느끼는 좌절과 분노를 잠재우기 위해서는 우선 검찰이 뼈를 깎는 자세로 한보사태의 실체적 진실을 찾는 일에 매진해야 한다. 인사가 만사라면서도 검찰의 주요보직에 PK편중인사가 이뤄짐에 따라 검찰이 지금 전반적으로 불신받고 있지 않는가. 여기에 뒤따라야 할 것은 집권세력 주변의 달라진 모습이다. 「날치기」로 극대화한 문민구태를 과감히 떨어내는 자기혁신이 바로 그것이다.

아직 정치적인 때가 덜 묻은 이들이 집권당의 일대 각성을 촉구하고 나섰다는 점에서 시월회 회원들의 충고는 그래서 신선한 충격을 주기까지 한다. 매일매일 유권자들과의 접촉을 통해서 모아진 「여론」이어서인지 참신하기까지 하다.

당의 위계질서를 파괴하고 화합분위기를 저해하는 돌출성 발언이라는 비판이 없는 것이 아니지만 지도부는 이들의 시국처방에 겸허하게 귀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고 본다. 새벽 버스편에 끌려나와 핵심사항이 변경된 줄도 모른 채 거수기 노릇만 강요했던 고압적인 당운영에서 탈피해야 한다는 이들의 주장은 그래서 일리가 있다. 과감한 당정개편으로 민심을 추스르는 것도 한 방법일 수 있다. 당내민주화는 이 시점에서 꼭 요긴한 필요충분 조건이다.

위기는 곧 기회라는 말이 있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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