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J발언’후 정치입김 있은듯/표면이유는 “포철 현직인사 기용 은행단 요청”포철이 4일 한보철강의 위탁경영인을 이미 내정됐던 박득표 전 포철 사장에서 손근석(59) 포스코개발 회장으로 전격교체함에 따라 교체배경과 손회장의 앞으로의 역할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김만제 포철 회장은 이날 기자회견을 갖고 은행채권단측이 한보철강을 효율적으로 챙기기 위해서는 포철의 OB인 박 전회장보다는 현직인사가 맡아 포철의 실질적인 지원을 받아야 한다는 입장을 전달해 와 위탁경영인을 바꾸게 됐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하루 아침에 위탁경영인을 변경한 것은 정치적인 입김이 상당히 작용했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박 전사장은 이른바 「TJ(박태준 전 포철 회장)라인」으로 불렸던 인물. TJ의 신임이 두터웠던 박 전사장은 현정부 출범직후인 93년 3월 TJ가 옷을 벗자 함께 퇴임할만큼 긴밀한 관계를 유지해 왔고, 박 전사장과 함께 한보철강의 관리업무를 맡을 예정이었던 이대공 전 포철 부사장 등도 TJ가 아끼던 인사로 알려지고 있다.
이 때문에 한보철강의 위탁경영진에 대한 정부와 여권의 시각이 곱지 않던 터에 TJ가 2일 일본 도쿄에서 귀국하면서 『당진제철소는 가능성이 없고 정부가 책임져야 한다』는 발언을 하자 여권의 기류가 위탁경영진을 바꾸는 방향으로 급선회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이같은 분위기를 반영, 한승수 재정경제원장관과 안광구 통상산업부장관은 3일 김만제 회장을 과천청사로 불러 위탁경영인을 새로 인선하는 작업을 마쳤다. 김만제 회장은 위탁경영인 변경의 정치적인 배경은 극구 부인하고 있으나, 전후사정을 감안하면 이같은 추측이 더욱 설득력을 얻고 있다.
한보철강 정상화에 주도적인 역할을 맡을 수 밖에 없는 포철 입장에서는 상대하기에 껄끄러운 전직임원보다는 현직임원을 위탁경영인에 앉혀야 보다 안정적인 한보경영이 가능하다는 판단도 작용한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손회장은 이처럼 우여곡절끝에 포철에서 퇴직, 개인자격으로 위탁경영을 맡게 됐으나 그의 역할은 포철의 대리인에 국한될 가능성이 높다. 통상마찰을 피하기 위해 포철맨이 아닌 자연인으로 한보철강을 위탁경영하게 됐지만, 포철의 지원이 없이는 한보철강의 정상화는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더욱이 손회장 외에 6∼7명의 포철 현직임원들이 위탁경영인으로 대거투입돼 포철의 원격조정은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김만제 회장도 『통상마찰 때문에 포철이 외형적으로는 직접 개입할 수는 없지만 적극적인 참여는 필요하다』고 밝혀 이같은 분석을 뒷받침하고 있다.
특히 포철은 국내에서는 유일하게 한보철강의 코렉스 등 신공법에 대한 노하우를 갖고 있고, 82년 부도처리된 일신제강을 인수한 후 경영을 정상화해 동부제강에 넘기고 86년에는 연합철강을 위탁경영한 바 있어 정상화가 시급한 당진제철소경영에 상당부분 개입할 수 밖에 없는 형편이다.<김동영 기자>김동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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