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일동포 여성작가 유미리(29)씨가 지난달 16일 일본문단 최고 권위의 아쿠타가와(개천)상 올해 수상자로 선정됐다. 그의 수상소식은 노동법개정 파문, 한보부도사태 등으로 극심한 허탈감에 빠져 있는 우리에게 작지만 값진 위안을 준다. 단지 한핏줄이기 때문만은 아니다.민족차별, 부모의 이혼, 중학생시절의 「이지메(집단학대)」 등 한 인간이 감당하기에는 너무나 큰 고통을 극복한 의지도 자랑스럽지만 나이를 뛰어넘은 지적 성숙과 사고의 힘이 더욱 그를 커 보이게 한다. 주일 한국특파원들과의 회견 내용을 보고 많은 사람이 놀랐다. 일본 땅에서 태어나 자란 우리의 딸이 스물아홉의 나이에 벌써 인생의 깊은 의미를 알고 달관의 경지에 올라 있기 때문이었다.
『나에게 많은 것이 바로 「없음」이다… 그런 것(없음)이 내 문학에 반영된다. 풍요로운 일본에서는 뭐든지 살 수 있다. 샤넬 핸드백도, 첨단비디오도…. 그렇기 때문에 나에게는 더욱 「없음」이 중요하다. 없다는 것은 부정적 의미가 아니다. 「없는 것이 있다」는 뜻이다』 『한국영화 「서편제」의 주인공에게 노래만 남았을 때 가장 훌륭한 소리가 나왔다. 없는 것이 많을 수록 좋다』 유씨가 고백한 자기 문학의 근원에는 「없음」이 자리잡고 있다.
인터뷰 현장의 한국기자들이 「없음」을 어떤 의미로 받아들였는지 모르겠지만 그의 없음에서 무소유정신을 읽는다. 모든 고통은 집착과 욕망에서 비롯된다고 부처는 가르친다. 부처에게 어느 돈많은 불자가 꽃공양을 했다. 부처는 그에게 「방하착(놓아버려라)」이라는 화두를 던졌다. 그가 엉겁결에 꽃을 버리자 부처는 『꽃을 버리라는 말이 아니었다. 그대의 마음 속에 뿌리내리고 있는 탐욕과 욕망을 버리라는 뜻이니라』고 말했다.
이 일화는 집착과 소유를 버렸을 때 누구나 자기 욕망에서 벗어나 진정한 해방의 기쁨을 맛볼 수 있다는 교훈을 전해준다. 풍요롭기 때문에 「없음」이 더욱 중요하다고 말하는 유씨에게 우리 모두는 부끄러움을 느껴야 한다. 무소유의 삶은 못살더라도 깨끗하게 살고자 하는 사람이 많은 사회가 되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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