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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보 부도 12일째 파장 분야별 점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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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보 부도 12일째 파장 분야별 점검

입력
1997.02.0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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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주름살’ 국내외 확산한보철강부도에 따른 경제적 파문이 국내외로 확산되고 있다. 금융시장이 동요하면서 한보그룹 협력업체들과 중소업계가 부도위기에 몰려있고 기업의 급전 조달창구인 사채시장 금리가 치솟고 있다. 특히 한보철강 채권은행은 물론 다른 금융기관들의 대외신인도가 떨어져 해외자금조달비용이 높아지는 등 한보불똥이 해외로 번져 한국은행이 긴급대책마련에 나서기도 했다. 또 (주)한보가 시공중인 해외건설공사의 시공에 차질이 생겨 자칫 여타 건설업체들이 선의의 피해를 볼 가능성도 커졌다. 노동법파문에 이어 터진 한보부도는 가뜩이나 어려운 국내경제에 깊은 주름살을 하나 더 패이게 하면서 상반기 경제운영의 최대변수로 등장했다. 한보철강 부도 12일째의 경제적 파장을 주요 분야별로 알아본다.<편집자 주>

◎자금시장/단기금리 소폭 상승… 설 앞두고 불안정

「한보쇼크」에도 불구, 국내 자금시장은 비교적 안정세를 보이고 있다. 그러나 설전 통화확대에 나섰던 당국이 설후에 통화흡수에 나설 경우 자금사정이 위축될 수 있어 금융기관 기업체 등 자금수요자들이 바짝 긴장하고 있다.

또한 당국의 통화공급 확대로 자금은 풍부한데도 사채금리 등 단기금리가 다소 상승세를 유지하고 있어 자금시장의 불안요소는 여전히 잠복해 있는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이와함께 한보 부도사태이후 전 금융기관들의 여신운용이 보수적으로 흐르고 있는데다 한보에 거액의 대출금을 떼이게 된 61개 금융기관들의 경우 재무구조가 취약하거나 한계기업에 대한 자금지원을 꺼리고 있는 것도 자금시장의 불안요인이 되고있다.

해외에서는 국내은행의 해외신용도가 떨어져 단기조달금리가 다소 오르고 있다. 최근 세계적인 신용평가기관인 무디스사가 제일 조흥 외환은행 등의 신용등급을 재조정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 금융계가 크게 걱정하고 있다. 일부 시중은행은 3개월짜리 자금을 외국금융기관에서 빌리는데 0.05%가량의 추가금리를 부담하고 있다. 뉴욕 금융시장의 경우 한국계 은행들의 차입금리가 런던은행간 금리에 0.3%를 더한 수준이었으나 최근 0.35∼0.4%포인트가량 올랐다.

기업들도 해외증권 발행조건이 나빠지면서 해외 전환사채 발행계획을 취소 또는 보류하는 등 해외자금조달에 차질을 겪고 있다. 홍콩의 일부 은행들은 한국계 신용카드에 대한 현금서비스를 제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정희경 기자>

◎중소기업/흑자도산 등 연쇄부도사태가 현실로

우려했던 중소기업의 부도도미노가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한보철강의 협력·하청업체는 물론이고 여타 업종의 중소업체마저도 금융기관으로부터 자금대출이 사실상 끊겨 극심한 자금난을 겪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철강 건설 금속업종을 중심으로 부도설이 난무하면서 중소업체의 주요 자금줄인 신용금고 파이낸스 할부금융 등 제2금융권이 어음을 마구잡이로 돌리고 있고, 시중은행들도 중소기업에는 대출을 외면하고 있다. 때문에 중소기업 어음이 대거 사채시장으로 몰려 어음할인율이 최고 월 2.5%까지 급등했지만 이나마 거래가 거의 이뤄지지 않고 있다.

건실한 중소기업이 일시적인 자금난을 이기기 못해 흑자부도를 내는 일이 비일비재할 정도로 중소업계의 자금난은 심각한 지경이다. 매출액 1,500억원규모의 국내최대 문구업체인 (주)마이크로코리아의 부도는 한보사태가 중소업체에 미친 파장을 여실히 보여준 대표적인 사례다. 동종업체중 가장 견실한 기업으로 평가받던 이 회사가 흑자도산을 한 것은 한보사태로 자금시장에 불안을 느낀 채권자들이 어음을 일시에 풀었기 때문으로 분석되고 있다.

한국은행은 한보부도사태이후 지금까지 4조원가량의 자금을 은행권에 긴급수혈했지만 일선 창구에서는 신용도가 낮은 중소기업에 대한 대출을 가급적 줄인다는 방침이어서 정작 돈이 필요한 중소기업에는 자금줄이 완전히 얼어붙은 상태다.

중소기업청 관계자는 『중소업계에 대한 부도공황심리가 자금순환을 최악의 상태로 몰아가고 있다』며 『이 상태라면 연쇄부도사태는 걷잡을 수 없이 번져나갈 것』이라고 우려했다.<황유석 기자>

◎실물경기/“설대목 실종” 백화점·재래시장 한숨

한보부도의 여파로 설경기가 꽁꽁 얼어붙었다. 불황과 노동계 파업 등으로 가뜩이나 소비심리가 위축된 가운데 설상가상으로 한보부도사태와 사정한파까지 불어닥치자 백화점과 재래시장은 『설대목이 실종됐다』며 한숨만 내쉬고 있다.

3일 업계에 따르면 롯데 현대 뉴코아 등 시중 백화점들은 지난달말부터 설특수를 겨냥한 대대적인 판촉행사에 나섰으나 기업체 단체주문이 격감하고 상품 구입단가도 크게 낮아지는 등 극심한 매출부진에 시달리고 있다. 특히 사정한파가 정·관계로 확산되면서 「안주고 안받는게 상책」이라는듯 주문취소 사례까지 잇따르고 있다.

뉴코아백화점은 주말인 지난달 31일부터 2일까지 3일간 매출이 지난해 10억9,996만원에도 못미치는 10억9,028만원에 그쳤다. 최소 20%이상 매출이 늘어났던 예년과 비교해보면 체감경기가 얼마나 얼어붙었는지 알 수 있다. 선물배달을 담당하는 통신판매주문도 지난해의 경우 설전 10일간 4만여건에 이르렀으나 올해는 2일현재까지 8,000여건에 그친 상태다.

롯데백화점은 지난달 28일부터 설특수를 겨냥한 판촉활동에 나섰으나 매출신장률이 당초 목표인 20%를 크게 밑돌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특히 상품권 판매는 통상 70∼100%의 신장률을 나타냈으나 올해는 40%선에 그치고 있다. 인기품목도 지난해 5만∼7만원대에서 올해는 3만∼5만원대의 중저가 실속상품으로 바뀌었다.

현대백화점도 지난달 28∼2일까지 전국 5개점 매출합계가 193억4,200만원으로 전년대비 2.1% 성장에 그쳤다. 기업체 단체주문은 10%정도 감소했으며 세제 참치 조미료선물세트 등의 매출은 최고 30%까지 줄어들었다. 갈비 정육세트도 중소형세트만 팔릴뿐 대형세트는 거의 팔리지 않고 있다.

재래시장은 더욱 썰렁하다. 2∼3일 주기로 지방에서 올라오는 소매상들은 작년 이맘때의 절반에도 못미치고 있다. 남대문시장 아동복상가의 한 상인은 『90년대 들어 재래시장 경기가 내리막길을 걸어온게 사실이지만 이번같은 극심한 불황은 처음』이라고 말했다.

상대적으로 호황이 예상됐던 대형 할인점도 기대했던 매출을 달성하지 못하고 있다. 프라이스클럽 양평동지점의 문형석 부점장은 『한과 민속주 등 30∼40가지의 패키지상품으로 선물매장을 꾸몄으나 손님이 거의 없는 상태』라며 『판매되는 선물도 1만∼2만원대 참치캔, 3만원대 민속주, 4만원대 한과 등 중저가품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고 말했다.<남대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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