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액부실대출 견책·사정 이어질 경우 ‘희생자’ 더 늘어/‘비상임이사제’로 임원자리 40∼50개 줄어 ‘설상가상’금융권에 사상최대의 부실을 안겨다준 한보사태의 여파로 이달말 은행 주주총회에 인사태풍이 거세게 몰아칠 것으로 전망된다.
우선 한보에 대한 거액대출이 자의든 타의든 이를 막아내지 못한 은행장과 결재라인에 참여했던 임원들에 대한 문책성 인사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올해 주총에서는 100여명의 은행임원들이 임기만료를 앞두고 있는데다 「비상임이사제」라는 새로운 은행이사회제도 도입으로 은행 임원자리가 40∼50개가량 줄어들게 돼 은행임원들의 자리보전이 어느때보다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김영삼 대통령이 『한보사태는 부정부패의 표본』이라고 규정함에 따라 한보에 대한 검찰수사가 금융권에 대한 사정으로 이어질 경우 「한보태풍」의 희생자가 더욱 늘어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특히 한보철강의 4대 채권은행인 제일 산업 외환 조흥은행 등에 메가톤급 한파가 불어닥치는 것이 아니냐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검찰이 은행장의 뇌물수수 및 외압 등에 대한 수사를 벌이고 있어 형사처벌을 받게 되는 은행장과 임원들은 주총과 관계없이 퇴진하겠지만 통상 100억원이상의 거액대출은 이사회의결을 거치도록 돼 있어 주주들이 이에 대해 책임을 물을 경우 예상밖으로 인사폭이 커질 수 있다는 관측이다. 은행감독원이 이미 지난달 29일부터 제일 산업 외환 조흥 서울은행 등 5개 은행에 특별검사에 착수, 대출의 적정성여부를 조사하고 있어 검사결과에 따라 관련 은행장과 임원의 진퇴가 결정날 것으로 보인다. 은감원은 지난달말 「은행법 시행세칙」을 확정, 거액 부실여신이나 거액 금융사고에 관련된 은행장은 연임할 수 없다고 발표했었다.
올해 임기가 끝나는 은행임원은 국책은행까지 포함, 모두 96명가량으로 이중 은행장도 13명이 포함돼있다. 한보철강의 5대 채권은행에 들어있는 제일은행의 신광식 행장(2월만기), 산업은행의 김시형 총재(12월), 외환은행의 장명선 행장 등도 임기가 끝난다. 한보철강에 대한 부실여신이 은행장들의 자의보다는 외압에 의해 이뤄졌을 가능성은 크지만 은행 주주들이 외풍을 막아내지 못한데 대해 책임을 물을 수도 있다.
또 이번 은행주총에서는 중임을 마치는 정지태 상업은행장, 나응찬 신한은행장, 윤병철 하나은행장, 주범국 경기은행장, 김형영 경남은행장, 민형근 충북은행장 등 6명의 행장이 그동안의 「은행장 3연임 불가」원칙을 깨고 3연임을 할 수 있을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정부는 은행의 자율경영을 확대하기 위한 「비상임이사를 중심으로 한 이사회제도」라는 새로운 제도를 도입한 만큼 그동안 불문율이었던 「3연임 불가」원칙을 또다시 내세울 수 없는 상황이지만 직·간접적으로 인사에 개입, 선별적으로 허용할 수 있다는 관측이 우세하다.<유승호 기자>유승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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