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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인에 1매꼴 ‘카드 공화국’/작년 9월까지 3,965만매 발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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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인에 1매꼴 ‘카드 공화국’/작년 9월까지 3,965만매 발급

입력
1997.02.0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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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세이상 1인 2, 3매/1인당 평균이용액 연 130만원/‘요술카드’ 착각 흥청망청/연체 전체카드 10% 넘어신용카드 보유가 일반화하면서 카드과용으로 인한 부작용이 심각해 지고 있다. 카드빚을 갚지 못해 파산하는 직장인들이 늘어 나고 가정파탄과 실직, 가출 등 사회문제도 잇따르고 있다. 웬만한 직장인치고 카드빚 없는 사람이 없을 정도이고 무직자와 대학생, 미성년자까지 신용카드를 갖고 있다.

지난해 9월 현재 국내에서 발급된 신용카드는 모두 3,965만 2,000여매. 93년 1,940만 1,000매, 94년 2,531만 4,000매, 95년 3,327만 8,000매로 매년 30% 내외의 높은 증가율을 보이고 있다. 단순계산으로는 국민 1인당 1매의 카드를 갖고 있고 20세 이상 취업인구만을 대상으로 따져 본다면 1인당 2, 3개의 신용카드를 갖고 있는 셈이 된다. 카드 가맹점도 93년 140여만개소에서 96년 9월에는 332만 9,000여개소로 2배 이상 늘어 났다.

신용카드 이용액은 지난해 1∼9월까지 45조 4,480억원을 기록했고 연말까지 60조원을 넘어선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 93년의 27조원에 비해 매년 10조원 이상 늘어났고 1인당 평균 이용액도 130만원을 넘어 섰다. 90∼95년 민간소비가 1.93배 늘어난 데 비해 신용카드 이용 규모는 3.96배 증가했고 95년의 민간소비지출 185조 9,000억원 가운데 카드이용액의 비중이 27.7%에 달했다.

우리나라의 급속한 신용카드 보급 확대는 신용사회 정착을 앞당기기 보다는 무분별한 카드발급 등에 따른 카드 오남용 및 과소비·향락문화로 이어지고 있다. 신용카드 이용빈도가 늘어나는 데 비례해 카드로 인한 금융사고가 매년 급증하고 있는 것이다.

한국금융연구원에 따르면 지난해 6월말 현재 카드대금 연체는 379만6,000여건으로 전체 신용카드의 10.2%에 달한다. 발급된 카드 가운데 실제로 이용되는 카드가 55% 정도인 점을 감안하면 이용되는 카드중 18.5%의 대금이 연체된 셈이다. 이중 6개월 이상 연체된 카드만도 59만 9,000여매이며 카드당 평균 연체액도 78만원에 이른다. 총이용액중 6개월 이상 장기연체액의 비율인 재경원 연체지도 비율도 93년 0.9%에서 96년 6월에는 1.9%로 크게 높아졌다. 재경원이 『연체비율을 1.5% 이하로 낮추지 못하는 카드회사에 대해서는 영업제한을 하겠다』고 경고를 발할 만큼 후유증이 심각하다.

카드과용으로 낭패를 본 사람은 회사원 자영업자 대학생 주부 등 거의 모든 계층에 걸쳐 있다. 이들은 대개 한 카드에서 빚을 내 다른 카드를 막는 일명 「카드 돌리기」를 하다 빚더미에 오른 경우가 많다. 대기업에 다니다 최근 퇴직한 박모(29)씨는 『단란주점 등 유흥업소에서 쓴 카드대금을 갚지 못하고 한달간 빚독촉에 시달리다 장기 결근을 하게 됐다』며 『처음 몇달간은 카드대출로 버텼지만 1년이 넘자 빚이 2,000만원을 넘어 도저히 갚을 수 없었다』고 털어 놓았다.

카드빚 때문에 가출·이혼하거나 자살하는 사람들도 있다. 1년전 카드빚 때문에 가출한 이모(38·여)씨는 『보험사의 생활설계사 일을 시작해 무리하게 실적을 올리려다 2,500만원의 카드빚을 지게 됐다』며 『남편과 아이들 보기가 민망해 집을 나온 뒤 6개월만에 이혼까지 했다』고 울먹였다. 카드회사 채권회수팀 관계자들은 『빚을 갚지 못해 행방을 감춘 사람들이 서울지역에서만 매달 수백명씩 생겨나고 있다』며 『법원에 계류중인 민사사건 가운데 카드관련 사건이 전체의 30%에 달하는 실정』이라고 밝혔다.

이처럼 지나친 카드사용은 저축보다 당장의 소비를 선호하는 젊은 세대들의 소비행태와 향락문화, 과시욕 등 사회전반적인 과소비와 직접적인 연관이 있다. 신용카드에 대한 잘못된 인식도 문제다. 신용카드는 「지불을 일시 늦추는 수단」일 뿐인데도 불구하고 「돈을 쏟아내는 도깨비 방망이」로 착각하고 있는 사람이 의외로 많은 것이다.

4,000여만원의 카드빚 때문에 곤욕을 치렀다는 모금융회사 과장 김모(34)씨는 『많은 회사원들이 수백만원씩 카드빚을 지고 있다』며 『간편하게 돈을 끌어쓸 수 있다는 점만 생각하고 카드를 과용하다가는 불과 몇개월만에 인생을 망칠 수 있다』고 경고했다.<배성규 기자>

◎무자격자에 마구 발급 ‘과당경쟁’ 문제/“가질만한 사람 모두 가져”/학생증만 보이면 OK/미성년·무직도 상관안해/전체카드 45% ‘휴면카드’

회원 확장을 위한 카드회사간의 과당경쟁이 과소비와 연체 사고를 부추기고 있다. 카드회사는 신용카드를 발급할 때 회원의 신용에 대해서는 별 문제를 삼지 않는다. 몇개월 이상 은행거래 실적만 있으면 상대가 대학생이든, 미성년자든, 실업자든 카드를 발급해 준다. 카드사마다 재산세 납부증명서, 근로소득 원천징수 영수증, 종합소득세 영수증 등 관련 증빙자료를 첨부하도록 내규로 정하고 있으나 「실적」을 위해 이를 간단히 무시해 버린다.

서울 소재 대학에는 학교마다 평균 500∼1,000명의 학생들이 신용카드를 사용중인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시중은행의 대학출장소나 인근 지점 및 전문 카드사가 부모의 동의서 없이 3, 4학년 학생들이 학생증만 보이면 카드를 발급해 준다는 것은 공공연한 비밀이다. 이런 무분별한 카드발급은 학생들의 과소비를 부추기기도 한다. 지난해 1월 카드빚 200만원을 갚기위해 강도행각을 벌이다 입건된 김모(22·H대 4년)씨 사건이나 빚독촉을 못견뎌 가출하거나 휴학하는 학생이 늘고 있는 사실이 이를 입증하고 있다.

지난해 딸의 혼수품 마련을 위해 카드로 260만원을 썼다가 이를 갚지 못해 카드회사로부터 고소당한 주부 박모(49)씨는 93년 가입신청서를 대신 써 준 카드회사 직원이 직업란에 무역회사 부장이라고 하자고 해 그대로 하고 신용카드를 발급받았던 것으로 드러났다. 심지어 불법적으로 취득한 개인정보를 이용, 카드사 직원이 본인도 모르게 카드를 발급하기까지 한다. 지난해 8월 김모(30·상업·서울 구로구)씨는 카드발급 신청을 했다가 자신이 이미 신용카드를 소지한 것으로 돼 있는 것을 알고는 깜짝 놀랐다. 당시의 카드신청서 사본의 이름과 주민등록번호는 정확했지만 주소와 직장은 엉뚱하게 적혀 있었고 담당직원을 찾으니 이미 사직한 상태였다.

학생 주부 실업자 등이 연체사고를 일으킬 확률이 높다는 것을 모를 리 없는 카드회사가 이들에게 카드를 발급해 주는 것은 결국 이들의 부모나 남편이 대신 돈을 갚아줄 것이란 믿음 때문이다. 실제로 연체대금 납부 독촉장을 보내거나 고소하면 보호자들이 대신 갚아주는 경우가 거의 100%라고 관계자들은 밝히고 있다.

카드회사의 과당경쟁은 「휴면 카드」가 크게 늘어 난 데서도 확인된다. 한번도 사용되지 않는 신용카드가 전체 발급매수의 45%에 달할 것이라는 게 박영철 한국금융연구원장의 분석이다.

물론 카드회사도 할말은 있다. 대기업 계열 카드회사의 한 관계자는 『우리나라에서 카드를 발급받을 만한 사람은 모두 이미 카드를 갖고 있어 무리한 방법을 동원하게 된다』고 토로했다.<유성식 기자>

◎카드분쟁 급격히 늘고 있다/도난·분실피해 30% ‘으뜸’/잘못 배달 타인 무단사용/미사용대금 청구 등 사례 다양/연체 누적 일부 카드사는 채권업자에 ‘채권’ 팔기도

신용카드 사용이 늘어 나면서 도난 및 분실, 카드회사의 업무 오류, 가맹점의 불법행위 등으로 인한 카드관련 분쟁이 급증하고 있다. 유형도 분실신고 미접수 및 기간경과, 무자격 채권처리업자의 횡포, 무자격자에 대한 카드발급, 미사용대금 청구, 신용카드 보증 피해 등 다양하다.

은행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신용카드와 관련한 금융분쟁은 총298건. 95년의 209건에 비해 43.5%나 늘어났다. 한국소비자보호원과 시민단체에도 매년 수백건의 카드관련 피해신고와 상담이 잇따르고 있다.

가장 많은 것은 신용카드 도난 및 분실 피해로 전체의 30%에 가깝다. 보상기간이 지난 후에 도난·분실 사실을 알게 되거나 전화분실 신고가 착오로 누락돼도 소비자가 청구액을 물어야 한다.

카드회사가 연체금액을 잘못 기재해 불량거래자로 등록되거나 신용카드를 잘못 송달해 엉뚱한 사람이 무단사용하는 예도 있다. 일부 카드회사는 연체대금을 쉽게 받아 내기 위해 회원을 사기혐의로 고소하거나 무자격 채권처리업자에게 채권을 팔아 넘기기도 한다. 회사원 김모(29)씨는 『90년 신청한 카드를 다른 직원이 송달과정에서 가로채 사용하고 도망갔다』며 『지난해 특수채권부라는 곳에서 대금변제를 독촉하며 고소하겠다고 협박해 알아 보니 무자격 채권처리업자였다』고 분개했다.

가맹점이 매출전표를 허위로 작성하거나 금액을 조작하는 예도 늘고 있다. 회사원 박모(32)씨는 서울 강남의 한 단란주점에서 술값 45만원을 카드로 지불했으나 한달후 대금청구서에는 2배가 넘는 100만원이 적혀 있었다. 업소를 직접 찾아갔지만 대금청구서상 업소명과 실제업소가 달랐고 종업원도 모두 바뀌어 어쩔 도리가 없었다.

이밖에도 본인이 사용하지도 않은 카드대금이 청구되고 카드회사 직원이 신용카드를 도용하는 경우도 있다. 최근엔 카드회사가 회원가입신청서를 통해 확보한 개인정보가 백화점이나 기업체 등에 흘러 들어가기도 한다.<배성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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