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출·인허가 압력땐 알선수재 해당/정치자금도 청탁 있었다면 뇌물죄정태수 총회장에게서 돈을 받은 정치인들은 어떤 처벌을 받을까.
검찰은 정총회장 등 한보관계자 조사에서 여권 실세들을 비롯해 정치인 30여명에게 명절 떡값조로 5백만∼6백만원씩을 정기적으로 제공했다는 진술을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아직은 미미한 액수지만 정총회장의 입이 조금씩 열리고 있음을 말하는 대목이다. 검찰은 『정치인이 돈을 받았다고 반드시 죄가 되지 않고 반면 돈을 받지 않았더라도 처벌할 수 있다』며 신중한 모습이다.
한보측이 정치인에게 건넸을 자금의 성격은 ▲대출과 인허가과정에서의 뇌물 ▲정치자금 ▲떡값 등 세 종류로 나눌 수 있지만 정치인 사법처리의 관건은 「뇌물성」이 있느냐는 것이다. 소위 돈과 함께 청탁을 받았는지, 적극적으로 유·무형의 실력행사를 했는지가 입증돼야 한다.
순수한 정치자금 수수는 사실상 처벌이 어렵다. 현행 정치자금법은 「정당에 정치자금을 기부하고자 하는 자는 기명으로 선관위에 기탁해야 한다」고 규정, 정당의 기부한도를 어겼을 경우엔 처벌하지만 개인과의 정치자금 거래는 처벌규정을 아예 없애 버렸다. 의도적인 「입법미비」일 수도 있지만 아무튼 이 경우 처벌은 불가능하다. 또 후원회를 거쳐 개별 지구당에 개인당 1천만원(법인일 경우 3천만원) 한도내에서 돈을 받았다면 문제될 것이 없다. 일부 정치인들이 한보 후원금으로 50만∼수백만원을 받은 사실을 「자백」하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선거법 위반부분은 이미 공소시효(6개월)가 지났다.
그러나 외견상 정치자금이라도 기부당시 모종의 청탁이 있었다면 물론 뇌물로 간주돼 처벌된다. 돈을 받고 금융권에 대출압력을 넣었다면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알선수재)으로, 인허가 과정에서 관계기관에 영향력을 행사했으면 특정범죄가중처벌법(알선수재)으로 처벌된다. 국정감사 등에서 침묵해 달라는 조건의 「보험료」를 받았다면 특가법상 뇌물죄가 적용된다.
마지막 유형인 떡값은 사실상 뇌물과의 한계선상에 있다. 재벌회장에게서 받은 액수가 1백만∼2백만원에 불과하다면 인사치레로 볼 수 있겠지만 1천만원대를 넘어갈 경우 소속 상임위의 직책에 따라 묵시적인 청탁의 의미로 간주돼 뇌물죄로 처벌될 가능성도 있다.<이태희 기자>이태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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