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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의 인식과 수습책임(사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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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의 인식과 수습책임(사설)

입력
1997.02.0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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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보사건으로 나라 전체가 휘청거리고 있는 가운데 이번 사건을 「전형적인 부정부패의 표본」이라고 한 김영삼 대통령의 시각이 국민의 관심을 끌고 있다. 바로 며칠 전만 해도 「단순한 금융사고」라고 하여 의아해 했던 국민은 김대통령의 달라진 사건인식을 다행스럽게 여기면서도 씁쓸한 감정을 지울 수가 없다. 한보사건에 전국민이 분노하고 있는 터에 청와대 측근들은 어떻게 대통령이 한때일망정 그토록 안이한 인식을 갖도록 보좌했는지 답답해 하고 있는 것이다.부정부패 척결은 김대통령이 취임사에서 경제살리기, 국가기강의 확립과 함께 최우선적 당면과제로 내세운 3대 과제중의 하나였다. 그런데도 어처구니 없는 것은 시간이 지나면서 지난날 독재정권 시대와 별로 달라지지 않고 공직자들이 관련된 부정사건이 꼬리를 문 것이었다.

우리는 김대통령이 「내가 그동안 부패척결을 위해 최선을 다해 왔음에도 이런 사건이 발생한 것은 통탄할 일」이라고 한 것을 이해한다. 대통령이 노심초사해 하는 동안 한쪽에서는 엄청난 부정이 공공연하게 빚어진 것이다. 분명한 것은 부패 척결이 대통령 혼자만의 의지나 거대한 구호만으로는 어림도 없었다는 점이다. 한마디로 제도적인 부패 척결에 실패한 것이다.

한보사건의 핵심은 어떻게 거대한 기간 산업이 그처럼 손쉽게 사업 승인이 됐고 은행들이 무슨 압력과 침을 맞았기에 5조원이나 되는 돈을 펑펑 내줬으며 또 정태수 총회장은 제철회사건설에 얼마나 쓰고 얼마나 숨겼으며 관·정·금융계에 어느 정도의 검은 자금을 뿌렸는가다.

소위 노동법 등의 날치기 통과와 파업사태에 이은 한보사건으로 나라는 안팎으로 만신창이가 됐다. 안으로는 국가기강과 민심이 모두 흔들리면서 불신과 의혹이 가득 차고 밖으로는 민주주의와 개혁을 자랑하던 나라가 웃음거리가 된 것은 실로 가슴 아픈 일이다. 청와대측은 김대통령의 「부패의 표본」인식이 지위고하를 막론한 성역없는 수사와 엄단을 뜻하는 것이라지만 국민은 별로 감동을 않고 있다. 부정사건 때마다 「성역없는 처벌」을 그토록 강조했음에도 부패가 연발하는 것은 그 처벌 과정에 문제가 많았다는 얘기다.

이제 김대통령은 비장한 각오를 해야 한다. 기강확립과 민심수습 없이는 경제살리기도 개혁마무리도 공염불이다. 따라서 중대발표나 전격조치에 의한 국면전환 시도 및 정면돌파 운운의 구호도 부질없는 것이다. 지금 문민정부는 출범이래 최대위기를 맞고 있다. 김대통령의 한보처리가 문민정부의 개혁결산은 물론이고 명예와도 직결돼 있는 만큼 한보의 부정 의혹을 낱낱이 수사해서 국민앞에 공개한 뒤 적법하게 처리, 수습하는 것만이 민심안정의 지름길이자 왕도다.

또 다시 적당한 얼버무리기로 끝낼 경우 그 부작용은 걷잡을 수 없을 것이다. 국민은 김대통령의 비장한, 그리고 엄정한 사건조사와 공개 및 처리를 기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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