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보철강 부도사태에 대한 검찰의 수사방향과 진척 속도를 아직은 공식적으로 포괄적인 발표가 없어 명확히 알 수가 없다. 단편적인 수사 진행 브리핑으로 유추해 보면 정태수 한보그룹 총회장의 정·관·금융계와의 유착관계를 집중적으로 캐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정총회장이 검찰의 수사에 적극협력, 전모를 밝힌다면 새삼스럽게 이러쿵 저러쿵 번잡스러운 주문을 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그러나 이것을 기대한다는 것은 해가 서쪽에서 뜨기를 기대하는 것과 마찬가지일 것이다. 검찰의 수사도 정총회장의 자세뿐만 아니라 인력, 노하우, 당면의 필요성 등 때문에 자연히 제한적일 수 밖에 없을 것이다.
이번 한보철강 부도사태는 사업설계에서부터 대출비리에 이르기까지 한국형 총체적 비리의 상징이라고 지적되고 있는데 검찰의 수사가 몇몇 은행장이나 경량급 정치인 또는 한두명의 행정부 고위관리를 속죄양으로 하는 선에서 끝낸다면 오히려 국민의 냉소만을 더 크게 사게 될 것이다.
한보철강 부도사태 비리는 원초적인 것 같다. 소위 한보 「미스터리」는 거액 대출 외압의혹, 과다한 투자비, 유원건설인수와 문어발식 기업확장, 당진제철소 건설과정의 특혜·감독기관 묵인·방치 및 부도처리 과정 등 하나하나가 모두 철저한 규명이 요구되는 것인데 검찰이 이 모든 미스터리를 풀어 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할 수 없다.
검찰수사의 목적은 정총회장 등 관계자들의 비리 적발에 대한 법률적 응징에 있는 것인 만큼 그러한 법률상의 의미를 충실히 이행한다 해도 그렇다. 검찰의 수사를 범정부차원에서 지원하든가 아니면 검찰수사와는 별도로 범정부차원의 조사가 있어야겠다.
한보철강비리는 현재로는 정태수 한보그룹 총회장이 정·관·금융유착으로 3조원 이상의 막대한 은행자금을 차입, 재정경제원·은행감독원·관련은행들의 적절한 감독없이 자금을 제철소추가건설 및 계열사인수 등에 임의로 사용하고 그 과정에서 상당한 자금을 유출했다는 것이다. 이것이 사실이라면 경제정책과 금융 및 그 감독체계가 전혀 작용하지 않았다는 것을 의미한다. 심지어 한보철강이 당국에 설비투자소요비용을 허위보고, 7,000억원 이상을 빼돌린 듯하다는 보도가 여기저기서 나오고 있다. 한보철강 당진제철소현장의 임원들은 『장부상의 투자액수와 실투자액수가 차이가 있으므로 제철소를 완공하려면 최소한 2조5,000억원이 추가로 투자돼야 한다』고 통산부에 보고했다는 것이다.
이것은 통산부가 9,000억원(총 5조9,000억원)만 추가투자되면 된다는 주장과는 엄청난 차이가 난다. 한보철강에 대한 정부의 지원이 불가피한만큼 우선 지금까지의 투자현황과 공사실적부터 재검토하고 그 바탕 위에서 앞으로의 완공 및 그 운영에 소요되는 자금과 경영대책을 세워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해 정부차원에서 별도의 특별위원회가 필요할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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