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떡값과 껌값/정재룡 사회부 차장(앞과 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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떡값과 껌값/정재룡 사회부 차장(앞과 뒤)

입력
1997.02.0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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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한 부모가 자식 때문에 3억6,000여만원을 배상하라는 판결을 받았다. 자식이 학교에서 장난을 치다 친구를 식물인간 상태로 만들었기 때문이다. 자식을 제대로 관리하지 못한 책임을 진 것이다. 한보의혹에 대한 온갖 설이 난무하고 있다. 여야는 서로 주변을 잘 관리하지 못한 책임을 져야 할 것이라는 경고를 하기도 했다. 그러면서도 연일 폭로성 발언으로 의혹을 확대재생산하고 있다. 현재의 상황에 대한 일말의 반성기미는 찾을래야 찾을 수 없다.나라를 이 꼴이 되게 한 정치인의 구체적 비리는 무엇일까. 이를 가리기 위한 검찰의 수사가 한창이다. 은행장들을 소환하고, 국회의 속기록도 정밀검토중이다. 한보의 비자금 계좌도 추적하고 있다. 사건의 본질에 접근하기 위한 예비작업이다. 검찰이 정치권의 눈치를 보지 않겠다는 확고한 의지만 있다면 의혹은 밝혀질 것이라고 국민들은 믿고 있다. 이번 만큼은 관련자 몇명을 구속하는 차원이 아니라 「정치」와 「범죄」를 명확히 가려주기를 절실히 바라는 것이다. 우리는 이미 전직 대통령 2명의 비자금 사건을 경험했다. 정치는 제대로 하지 않으면서 경제를 망치고 국민을 불안하게 하는 정치인이나 집단은 응분의 책임을 져야한다. 여야가 서로 주변을 잘 관리하라고 말하는 것도 이를 염두에 둔 것으로 해석하고 싶다. 그러나 한결같이 한 푼도 받지 않았다고 강변하면서 상대는 엄청난 돈을 받았다고 몰아붙인다. 청문회를 열기로 합의하고도 임시국회 소식은 좀처럼 들리지 않았다. 면책특권을 착각한 것이다.

대형 부조리사건이 터질 때마다 정치인이 거론되는 의혹이 등장했다. 뜨거운 난로 위에 물을 부은 듯하다가도 결과는 유야무야였다. 책임의 소재를 제대로 가리지 않은 탓이다. 치욕의 역사가 되풀이되면 퇴보뿐이다. 정치인은 갈아치우면 되지만 망친 경제는 어떻게 하느냐고 걱정들이다. 이번 수사만큼은 제발 달라져야 한다고 말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정태수씨가 검찰 수사에서 정치인 30여명에게 수백만원씩을 떡값으로 주었다고 진술했다는 소식이다. 그들에게는 수백만원이 「껌값」인가. 껌값 때문에 나라 망할까 걱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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