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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대 화가」 강덕경 할머니 어제 숨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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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대 화가」 강덕경 할머니 어제 숨져

입력
1997.02.0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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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제에 짓밟힌 한 화폭에 담아놓고…/아픈 과거 공개 만행 그림 고발/수요집회 개근 사과·배상 요구/내일 영결식 일 대사관 앞에서 노제도정신대할머니가 숨졌다. 자신과 조국의 참담한 과거를 그림과 시위를 통해 증언해온 정신대할머니 강덕경씨가 2일 하오 3시10분 서울중앙병원에서 한많은 생을 마감했다. 향년 68세. 병명은 폐암과 복막염.

1929년 경남 진주에서 태어난 강할머니는 15세때인 1944년 여자정신대 1기생으로 일본 도야마(부산)현 후지코시(불이월)군수공장으로 끌려갔고 고된 노동과 굶주림을 못 이겨 탈출하다 잡혀 1년여동안 군대위안부생활을 했다. 해방후 귀국했지만 고향에 갈 수 없어 닥치는대로 날품팔이하며 살았다.

강할머니는 92년 1월에야 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정대협)를 통해 처음 과거를 공개했다. 그 뒤 4년동안 주한 일본대사관 앞 수요집회에 참가했다. 1시간여의 시위를 마치면 며칠씩 앓아 눕곤 했지만 다음 수요일엔 어김없이 나와 일본의 공개사과와 정부차원의 배상을 외쳤다.

92년말 불교인권위원회가 정신대할머니들을 위해 마련한 경기 광주군 퇴촌면의 「나눔의 집」(원장 혜진 스님)에서 동료할머니 7명과 살기 시작한 뒤부터는 틈틈이 그림을 그렸다. 강할머니는 지난해 2월 종로구 장지동 여전도회관에서 열린 「위안부할머니 그림전시회」에 작품을 내놓았다. 사쿠라로 표현한 일본군과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조선처녀를 그린 「빼앗긴 순정」 등 10여점은 눈물로 빚어낸 작품이었다. 강할머니는 『서투른 그림이지만 조금은 응어리가 풀리는 것같다』고 술회했다.

강할머니는 지난 해 3월 수요집회를 마치고 돌아가다 쓰러져 투병해왔고 차도가 보이자 8·15때 한 차례 더 시위에 참가했다. 그것이 마지막 항의였다. 일본의 민간구호기금이 정신대할머니들에게 몰래 지원금을 전달한 사실도 알지 못했다.

2일 밤 강할머니의 빈소는 동생 병희(65)씨와 수양아들 이상천(52)씨, 정대협관계자 2∼3명만이 지키고 있었다. 장례는 나눔의 집과 정대협이 공동주관하며 4일 상오 9시 영결식에 이어 낮 12시30분 일본대사관 앞에서 노제가 거행된다. 강할머니의 유해는 화장된다. (02)489―2499.<김정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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