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개혁·한보사태 여파 대대적 감원설/처벌적 인력풀제·집중근무제 도입 이중고「은행의 일반직원들은 힘들다」
올들어 금융개혁의 강풍에다 한보사태가 은행권을 강타하면서 입행한지 3∼4년도 지나지 않은 일반행원들은 하루하루를 버티기가 무척 힘들어졌다.
한보사태로 관련 임직원의 문책은 물론 자구노력의 일환으로 대대적인 감원설이 공공연히 나돌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다 최근 은행들이 경쟁적으로 ▲처벌적 인력풀(pool)제 ▲집중근무시간제 등 행원들의 분발을 촉구하는 인사기법까지 도입, 몸과 마음이 두루 힘든 「이중고」를 겪고 있다. 『큰 돈을 벌지는 못하지만 큰 변동이 없고 안전한 직장』이라는 주위의 권유에 은행을 택했건만 갑자기 모든 것이 변해버린 것이다.
한보철강의 주거래은행으로 졸지에 부실은행으로 몰린 제일 조흥 외환은행의 일선 창구직원들은 요즘 죽을 맛이다. 『정말로 은행이 괜찮냐』며 걱정하는 고객을 안심시켜야 하고 한보사태를 빌미로 고객을 빼가려는 경쟁은행의 움직임에도 촉각을 곤두세워야 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은행측이 경비절감을 위해 대대적인 감원을 계획중이라는 설이 떠돌면서 마음도 무겁다.
외풍이 없기로 소문난 수출입은행의 일부 직원들은 요즘 회사에서 체면이 깍일대로 깍인 상태다. 이들은 지난달말 단행된 정기인사에서 조직의 문제아만을 따로 관리하는 「처벌적 인력풀(pool)」에 선발돼 다른 부서에 배치, 졸지에 무능력자로 몰릴 위기에 빠졌다. 은행관계자는 『은행내 28개부서의 장들이 직속부하중 「함께 일하고 싶지 않은 사람」을 골라 「처벌적 인력풀」을 구성했다』고 말했다.
업무강도가 거세지기는 서울 외환 동화은행의 일반직원들도 마찬가지다. 이들에게는 몇달전만 해도 출근직후인 상오 9시30분께 동료끼리 오소도손 즐기던 달콤한 「모닝커피」가 옛말이 됐다. 은행들이 지난해말부터 본점부서를 중심으로 상오 9시30분부터 12시까지를 「집중근무시간」으로 정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이들 은행의 직원들은 집중근무시간이 선포된 상오에는 출입문을 걸어 잠근채 일에만 몰두해야 한다. 커피와 담배를 즐기지 못하는 것은 물론이고 옆사람과의 잡담이나 외부와의 전화통화는 상상조차 할 수 없다.
금융개혁과 한보사태의 태풍속에 그나마 은행에 남은 것을 다행으로 여기면서도 은행원들의 입에서 『그래도 모닝커피가 그립다』는 말이 불쑥불쑥 튀어나오는 시대다.<조철환 기자>조철환>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