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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자회담에 웬 조건들인가(사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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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자회담에 웬 조건들인가(사설)

입력
1997.02.0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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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 평화를 위해 우선 4자회담의 설명회라도 성사되길 기대했지만 북한이 엉뚱한 이유로 거부했다. 자신들이 연기했던 5일 모임을 식량 50만톤의 지원보장을 요구하며 불참 통고한 것은 말도 안되는 억지다. 미 민간회사인 카길사와 식량구매 협상중 조건이 맞지 않아 결렬되자 설명회를 보이콧하며 미 정부가 압력을 넣어 달라고 한 것은 50만톤을 무조건 달라는 생떼나 다름없다. 정부는 이런 북한에 대해 4자회담과 설명회를 언제까지 기대해야 할 것인지 깊이 재고해야 할 것이다.지난주 카길사와 북한간에 식량과 마그네사이트 등 광물의 구상 무역협상이 결렬된 것은 북한이 식량대금인 광물의 안정적 확보를 확실히 보장하지 않기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식량대금 1억여달러 상당을 받지 못할 것을 우려한 것이었다. 그럼에도 북한이 미국정부에 대해 설명회 참여의 조건으로 카길사에 압력을 가하거나 정부가 지급보증할 것을 요청한 것은 너무나 몰상식한 처사가 아닐 수 없는 것이다.

사실 우리 정부는 4자회담에 대해 지나치게 집착해 왔다. 물론 4자회담은 한반도 평화구축을 위한 합리적 회담방식인 것은 사실이지만 그것은 북한이 적극 참여하는 전제로 했을 때다. 정부는 현실을 잊은 채 4자회담만 되면 곧 남북화해와 통일의 문턱에 들어설 듯이 홍보하고 또 멀지 않아 열릴 것이라고 자신했었다. 하지만 작년 제의이후 지난 9개월간 북한은 대남기피의 일환으로 「검토중」이라고 하는 한편 오직 대미접근에만 열을 올렸다. 결국 구차하게 동의했던 설명회까지 억지조건을 내세워 거부하고 만 것이다.

미국은 50만톤 요구를 일축하면서도 설명회 불참관련 조건에 관심을 기울이는 듯하다. 미 정부가 카길사에 압력을 넣어 50만톤의 지원을 보장하든지 아니면 유엔세계식량계획(WFP)이나 다른 나라들로부터의 식량지원을 알선해 줄 것을 요구하며 그럴 경우 설명회는 물론 4자본회담 참석도 고려하겠다는 데 주목하고 있는 것이다. 식량계획에 의하면 북한주민들은 유엔 난민수용소의 1일 식량 배급량 650g의 15% 수준인 100g의 배급을 받는 비참한 생활을 하고 있으며 그나마 오는 6월이면 식량이 바닥나 위기에 처할 것이라는 소식이다.

이제 정부는 4자회담 설명회 및 식량지원에 대해 분명한 원칙을 확립해야 한다. 4자회담과 설명회의 경우 어떤 조건부 개최에도 반대해야 한다. 대신 북한이 직접 식량지원에 관한 회담을 요청할 경우 동포 구제의 차원에서 정부와 민간이 하나가 되어 지원해야 한다.

따라서 정부는 4자회담도 설명회도 애태우며 연연할 필요가 없다. 식량을 주는 설명회는 잘못된 선례가 되어 본회담에 이르기까지 식량지원 창구로 변모하고 말 것이다. 때문에 북한은 더 이상의 2중전략을 버려야 한다. 굶는 사태와 식량폭동을 방지하기 위해서도 떳떳하게 남측에 대해 지원을 정식 요청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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