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속에 남아있는 어린시절 풍물들을 한국적 정서로 간결·산뜻하게 그려「산 너머 저쪽엔/ 별똥이 많겠지/ 밤마다 서너 개씩/ 떨어졌으니/ 산 너머 저쪽엔/ 바다가 있겠지/ 여름내 은하수가/ 흘러갔으니」
작가 이문구(56)씨의 동시 「산 너머 저쪽」의 전문이다. 따라 읽어가기에도 숨찬 만연체 문장의 걸쭉한 입담, 무슨 의미인지 사전을 뒤적여봐야 알 수 있을 토속어들을 그 입담으로 종횡으로 구사하는 해학의 작가. 그 때문에 「우리 시대 문학의 희귀한 보석같은 존재」로 불리는 이문구.
차마 그가 썼을까 싶은 「동시」다. 이런 그의 동시들을 모은 「이상한 아빠」 1, 2권이 출간됐다.(솔간)
그의 문학전집의 일부로 출간된 이 동시집에는 88년 펴냈던 「개구장이 산복이」에 실렸던 것들 외에 「한계령」 등 여행시들을 비롯한 신작 동시 50여편이 함께 묶였다. 동시들이라지만 장르를 따지지 않는 것이 온당할 것 같다.
오히려 그의 동시들은 어른들을 깨우치고 있다. 「관촌수필」과 「우리 동네」연작으로 그의 이미지를 각인하고 있는 독자들은, 간결하고 산뜻한 이 시편들에서 그의 글 쓰기를 관통하는 한가지 화두를 발견할 수 있다. 바로 「한국의 정서」이다.
그 정서는 그야말로 무구한 동심을 절창으로 노래한다. 「빨래 넌 뒷산에선 누구 누가 노나요/ 새앙쥐랑 다람쥐랑 들랑날랑 놀지요/ 목장집 풀밭에선 누구 누가 노나요/ 얼룩배기 송아지들 얼룩덜룩 놀지요/ 우리 집 강아지는 누구누구랑 노나요/ 강아지는 우리 아기랑 뒹굴뒹굴 놀지요」(「누구 누가 노나요」)
그런가 하면 어린이의 눈으로 본 환경 파괴에 대한 고발도 있다. 「우리 동네 청둥오리는/ 얼지 않는 물을 찾아/ 시베리아에서/ 만 리 이만 리/ 고향처럼 왔는데/ 해만 지면/ 차가 헤드라이트를 비추며/ 총을 쏜다/ 하늘과 땅 사이에서/ 사는 사람이/ 하늘에도 쏘고/ 땅에도 쏜다」 (「청둥오리」)
이렇게 그의 시선은 언제나 우리의 땅을 향한다. 「통조림이나 소세지엔 고개를 젓고 쓰디쓴 씀바귀랑 짜디짠 젓갈이랑」만 좋아하는 아빠는 요즘의 동심에게는 「이상한 아빠」일지 모르지만, 그의 시를 통해 동심과 아빠는 어느새 이 땅의 같은 정서로 융화한다.
『이문구의 동시들은 유년 체험의 기층에 자리잡고 있는 풍물 시편들로 우리 기층 언어의 기본 어휘와 어울려 고향의 원형적 형상으로 자리잡고 있다』(문학평론가 유종호씨)
백두산에서 보길도까지, 한국의 땅을 두루 둘러보면서도 「바위가/ 자라서 /산이 된 /산 /산이 /자라서 /나무가 된/ 산」(「한계령」)이라며 유년의 눈을 잃지 않는 작가. 그에게 고향은 언제나 아쉬움이다. 「아빠가 그러는데/ 떠난 지 삼십 년 만에/ 고향에 갔다가/ 길도 변하고/ 집도 변해서/ 길 가는 사람에게/ 길을 물었고/ 모르는 사람에게/ 아는 사람을 물었대」(「아빠의 고향」)
책에 함께 실린 윤동원씨의 그림도 시편들과 잘 어울린다.<하종오 기자>하종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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