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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급인플레(지평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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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급인플레(지평선)

입력
1997.02.0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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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삼정부의 취임 일성은 「작은 정부」의 실현이었다. 「작되, 강한 정부」는 그래서 김 정부의 국정 캐치프레이즈가 되었다. 이를 위해 행정조직의 대대적인 개편도 단행했다. 94년 12월 경제기획원과 재무부를 통합, 재정경제원으로 하는 등 가히 혁명적인 행정기구 개편이 그것이다.60년대 개발전략시대에 맞춰 짜여진 정부주도의 틀로서는 무한경쟁상태의 「현재」를 도저히 주워 담을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바뀐 시대의 환경에 맞는 정부조직의 개편은 당연했고 그래서 많은 공감을 불러 일으켰다.

김 정부의 작은 정부 이념은 곧 「작은 노력으로 큰 결실을 얻는다」는 경제원칙에 충실한 국가경영철학이다. 이는 곧 「간소한 정부」와도 상통한다. 모든 영역에서 불필요한 규제나 통제는 사라지고 시민과 행정의 자율이 존중되는 사회, 정부는 있되 느낄듯 말듯한 그런 형태이기를 다짐했다. 이는 곧 자율존중의 시대를 의미한다.

그러나 시작이 좋았던 김 정부도 시간이 지남에 따라 출발때의 의지가 많이 퇴색되어 가는 느낌을 주고 있다. 안타까운 일이다.

우리는 지난 연말 개각때의 직급인플레 상황을 기억한다. 장관을 지낸 사람이 경제수석이 됨으로써 그의 직급을 장관급으로 올리지 않을 수 없었고, 경제수석 상위서열인 정무수석도 덩달아 「격상」시키지 않을 수 없었던 점은 불가피했다고 치자. 마치 기다렸다는 듯이 경호실장과 차장의 직급을 장관급과 차관급으로 격상시킨 것은 어떤식으로 설명될지 궁금하다.

또 지난달 27일 발표된 통계청의 「96년 한국의 사회지표」내용도 「작은 정부」와 배치되는 것이었다. 김 정권 집권후 2년 사이에 서기관급 이상 고위공직자가 9.1%나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하기야 공무원 사기를 높이는데, 혹은 인사적체의 숨통을 트기 위해서 등 까닭은 있을 것이다. 그러나 작은 정부의 실현을 통해 알뜰한 국정을 기대했던 사람들에게는 여간 실망스런 일이 아닐 수 없다. 「모두가 도로아미타불」이 되는 것은 아닌가 하고 갸우뚱하는 것도 무리는 아닐 것이다.<논설위원실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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