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만5,000년전 빙하시대 1,000여명 첫발/독 분자유전학자 보고서에 학계 논쟁 치열인간이 아메리카대륙에 첫발을 내디딘 것은 언제일까?
최근 독일 함부르크대학의 페터 포스터(29·분자유전학) 연구원이 이 물음에 대한 해답이라 할 수 있는 아메리카 원주민 이주사에 관한 상세한 시나리오를 학계에 보고, 치열한 논쟁이 일고 있다.
요지는 이렇다. 『구석기 시대인 약 2만5,000년전 1,000명도 안되는 아주 작은 집단이 시베리아에서 베링해를 지나 알래스카로 건너갔다. 이들은 몽골인종으로 고향은 동부 아시아였다. 당시 시베리아와 알래스카 사이의 베링해는 1,500㎞에 걸쳐 육지로 돼 있었다.
이들은 북미 서부지역을 따라 계속 남하, 아주 빠른 속도로 남미의 파타고니아지방까지 퍼졌다. 이들은 1만5,000년전에 남미 남단의 푸에고섬까지 진출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칠레의 몬테 베르데 유적지 경우 1만3,000년전에, 미국 펜실베이니아주 메도크로프트 유적지는 1만6,000년전에 이미 인간이 거주한 흔적이 발견됐다. 이들은 사용언어면에서 아메린트어군에 속하는 집단이었다. 이후 약 1만1,400년전에 시베리아로부터 제2의 이주물결이 새로 밀려든다. 하나는 에스키모알류트어군, 또 하나는 나-데네어군에 속하는 이주민이었다』
이 이론은 분자유전학을 토대로 한 것이다. 포스터 연구팀은 시베리아에서 칠레 남부에 이르기까지 원주민 574명의 혈액을 검사한 결과 이들의 세포에서 미토콘드리아 변형체 7개를 발견했다.
이를 소급추적하면 조사대상자들의 원조상에 최소한 7명의 여성이 있었다는 얘기다. 미토콘드리아의 DNA는 모계유전이기 때문이다. 이들 변형체는 2만년이 훨씬 지난 지금까지도 모든 아메리카 원주민과 아즈텍문명 시대 미이라에서도 발견된다. 연구팀은 변형체의 유전속도를 통해 이주민들이 사방으로 퍼져나간 시기까지 추정해냈다.
그러나 이 이론은 아메리카에서는 미국 뉴멕시코주 동부의 클로비스 도살장 유적지처럼 1만2,000년전이 돼야 비로소 인간이 거주한 증거가 발견된다고 주장하는 고고학자들의 강한 반론에 부딪치고 있다.
이에 대해 포스터는 독일 시사주간지 슈피겔과의 인터뷰에서 탄소동위원소 잔류량으로 유기체가 죽은 연대를 추정하는 탄소14연대측정법을 이용, 여러 유적지의 연대까지 확인했다고 주장한다. 첫 이주민이 아메리카에 발을 디딜 당시는 마지막 빙하시대가 한창이었다. 이들이 신발도 없이 어떻게 빙하벌판과 혹한을 헤치고 푸에고섬까지 갔는 지는 좀 더 연구를 거쳐야 할 것 같다.<이광일 기자>이광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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