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정한 졸부 한 사람으로 해서 모두들 불안해 하고 있다. 『아직 이런 수준이었나』하는 회한에 더욱 고통스럽다. 그러나 세상이 우울하고 시끄러운 것은 그 졸부 한사람의 탓은 아닐 것이다. 또한 본분을 망각하고 방자하게 국민을 우롱한 몇몇 관리나 정치인의 탓만도 아닐 것이다. 거창한 것을 추구해온, 그리고 그런 사회분위기에 편승해 허황한 꿈을 좇아온 우리의 허영도 큰 몫을 했을 것이다.그런 의미에서 근래 오피니언면에 실려 독자들로부터 호응을 받은 독자에세이 몇 편은 그 반대편에서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한다. 8년이나 곱게 손때 묻힌 승용차를 남에게 넘기는 남편의 모습을 묘사한 「큰 선물」(1월15일자), 희귀한 전화번호를 가진 주부의 소담스런 꿈을 담은 「전화번호 2004」(1월22일자), 입대하는 오빠에게서 1만원권을 선물로 받은 여동생이 쓴 「오빠의 선물」(1월25일자) 등이다. 『따로 스크랩을 해놓았다』는 이도 있었고 『모처럼 흐뭇하게 웃었다』는 반응도 나왔다.
이 글들이 독자에게 반향이 컸던 것은 글에 실린 소박한 마음 때문일 것이다. 「큰 선물」은 「학생이 수업시간에 1분만 늦게와도 문을 안열어 줄만큼 원칙주의자」인 국립대 교수의 얘기이다. 필자인 아내는 아끼던 고물차와 보험료 연료비 부품교환일지 등을 꼼꼼히 적은 「차계부」를 새주인에게 넘기는 남편의 「쫀쫀함」에 깊은 신뢰와 애정을 보내고 있다.
「전화번호 2004」에는 착실하게 내일을 다져가는 서민의 딸사랑의 꿈이 있으며, 「오빠의 선물」에는 사랑하는 여동생에게 1만원을 선물로 남기고 표표히 입대한 오빠에 대한 간절한 그리움과 따뜻한 이해가 담겨있다. 이들의 글 속에는 작지만 단단한 것, 그래서 읽는 이에게 안온함과 공감을 느끼게 하는 진실된 요소들이 있다.
한국일보는 신년 들어 「한국의 30대 그들은 어디에 서 있나」라는 특집 시리즈기사를 싣고 있는데 많은 30대가 공감을 표시하고 있다. 몇해 전에는 50대 위기론이 나왔으며 지난해에는 명퇴바람과 함께 40대 위기론이 일더니, 이제 위기가 30대에까지 드리워지고 있는 셈이다. 많은 이들이 소외감과 불안감을 느끼고 있다. 주로 보통사람들이 보내주는 「독자에세이」는 불안감 속에 아름다움과 따뜻한 위로를 나눠가는 다정한 글들이라고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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