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촌스런’ 외침이 몰고온 후련함/구성진 가락에 길들지 않은 목소리가/잊고있던 것들을 일거에 불러낸다『보기만 하여도 울렁, 생각만 하여도 울렁. 수줍은 열아홉살 움트는 첫사랑을 몰라 주세요』 이 시대, 저런 식의 감성이 말이나 되는가?
그러나 지금, 저 「촌스런」 외침은 뚜렷한 실체로서 육박해 들어 오고 있다. 한국인이라면 결코 낯설지 않은 소리 색깔로, 거친 떨림으로.
우리가 잊고 사는 것들이 그의 목소리에 실려 되살아 온다. 구성진 목청은 도시인들의 각질 세포를 까마득히 잊고 있던 가치들로, 하나둘씩 깨워 가고 있다.
장사익(49).
국악도, 가요도 그를 포착해 둘 양식은 못 된다. 그는 노래가 그냥 좋은, 「노래꾼」또는 「소리꾼」이다.
94년 11월 신촌 「예」 극장이 소리꾼으로서의 데뷔 무대였다. 「장사익 소리판 하늘 가는 길」, 당시 그가 직접 붙였던 공연 제목이다. 충청 금산의 지방 시인 모임인 「좌도 시인」 동인으로서의 감성이 그대로 이어져 있다. 「예」는 150석 정원의 소극장이었으나, 조금조금씩 알려진 그를 직접 보러 온 400∼500명 관객으로 당시 미어터졌다.
장안의 화제로 떠오른 그에게 음반사는 취입을 적극 제의, 계획에도 없던 노래 모음 「하늘 가는 길」이 제작됐다. 지금 곳곳에서 어렵지 않게 들리는 그의 노래가 바로 그것. 자작시·곡 「찔레꽃」 「국밥집에서」 등 창작곡들을 비롯, 「봄비」 등 평소 즐겨부르는 유행가를 담았다. 타악과 기타로 이뤄진 단순한 반주에 임동창씨의 독특한 피아노가 댄스 뮤직의 물살을 박차고 솟아 올랐다.
「순대속 같은 세상살이를 핑계로 퇴근길이면 술집으로 향하지만」, 마침내는 자신이 「술잔에 떠 있는 한 개 섬」이라는 곤혹스런 생각에 빠져드는 그는(노래 「섬」중) 「어린 왕자처럼 매일매일 물을 주는 꽃 한송이」(노래 「꽃」중)를 구성지게 노래한다.
그는 찔레꽃 향기가 「너무 슬프서, 밤새워 노래하고, 춤추며 우는」 사람이다(「찔레꽃」중」). 술과도, 담배와도 인연 맺지 않고 소리만 한다.
소리 공부와 라이브 무대 활동을 앞으로의 양대 주축으로 삼고 있는 그는 지금 8순 노부모가 사는 고향 충남 광천에 있다. 서태지의 2집 「하여가」에 참여, 일약 빛을 보게 된 새납(태평소) 가다듬을 짬도 모처럼 생겼다.
잊고 있었던 것들을 일거에 불러 내는 저 길들지 않은 목소리, 시대에 대한 소박한 발언이다.<장병욱 기자>장병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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