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제편지 확인하느라 수사도 포기 날밤샜다”/이철수 전 행장 소환 자금대출경위 등 밤샘조사검찰의 한보의혹에 대한 본격수사 엿새째인 1일 최병국 대검 중수부장 등 검찰수사팀은 「전 재정경제원장관의 편지발견」 등의 진상을 해명하느라 진땀을 흘리면서도 수사가 난항만은 아닌 듯한 표정이었다.
○…지난 달 27일 수사착수 발표이후 6일동안 비자금에 대해 공식 언급을 자제하던 검찰은 이날 수사브리핑을 통해 처음으로 『비자금 규모 및 사용처를 조사중』이라고 언급했다. 이 때문에 금융·정·관계 인사들에 대한 수사가 상당히 진척된 것이 아니냐는 추측이 강하게 제기됐으나 검찰은 『정·관계 부분은 착수조차 하지 않았다』고 잘라 말했다. 그러나 한 관계자는 정치인 등의 소환여부에 대해 『필요에 따라 소환할 수는 있으나 현재는 소환단계가 아니다』라고 말해 수사가 진행중임을 시사했다.
○…검찰은 이 날 낮 이철수 전 제일은행장을 소환해 자금대출경위 등을 철야조사했으나 구체적 혐의는 아직 포착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관계자는 『한보의 대출로비 여부를 밝히기위해 계좌추적 등 다각적인 수사를 벌이고 있지만 정총회장의 진술확보가 가장 중요한 관건』이라고 밝혀 이번 수사의 진척은 정총회장의 「자물통 입」을 여는데 달려 있음을 강조했다.
이정수 수사기획관은 은행계좌 등의 압수수색 시기에 대해 『은행은 일반 회사들과는 달리 장부를 파기할 수 없기 때문에 서두를 필요가 없지 않느냐』면서도 『가·차명계좌는 법원으로부터 영장을 발부받지 않아도 압수수색이 가능하다』고 밝혀 조사를 하고 있음을 내비쳤다.
○…최중수부장은 정치권에서 「권력형 비리」 「부정부패」 「대형 금융사고」 등으로 이번 사건의 성격을 아전인수격으로 규정하는 것 같다는 질문에 『범죄구성요건에 해당하는 사건』이라는 말로 대신, 예봉을 피했다. 최중수부장은 또 정보근 회장이 관련장부를 폐기한 증거가 사건기록에 나타나 있다는 주장에 대해 『처음 듣는 얘기』라고 일축하는 등 질문을 피해가면서도 큰 수사흐름을 물을 때는 「웃음」으로 대신해 시인하기도 했다.
○…검찰은 정총회장의 구속영장 청구시 압수수색 목록에 있던 「전 재경원장관의 편지」는 『재경원장관과 통산부장관을 수신인으로 한 한보측의 협조공문식 초안』이라고 밝힌 뒤 이를 공개했다. 이 수사기획관은 『중수부장이 「혹시 있을지도 모르니 다시 확인하라」고 지시, 중수부 수사관들이 수사도 포기한 채 새벽까지 목록을 뒤지느라 날밤을 샜다』고 말했다. 또 다른 검찰관계자는 해프닝으로 전직 부총리 두 분을 난처하게 한 꼴이 됐다고 부연설명했다.<현상엽 기자>현상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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