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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성한 소문에 검찰 “지켜봐달라”/한보 의혹­수사 어떻게 돼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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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성한 소문에 검찰 “지켜봐달라”/한보 의혹­수사 어떻게 돼가나

입력
1997.02.0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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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산집착 정씨 수사협조 가능성/이 전 행장에 외압실체 집중 추궁정태수 한보그룹 총회장을 사기·배임 등 혐의로 구속한 검찰은 이번 사건의 핵심의혹인 특혜대출 여부에 수사력을 모으고 있다.

이미 정치권에선 적게는 5∼6명에서 많게는 수십명의 정치인이 한보로부터 돈을 받은 사실이 사정당국의 내사에서 확인됐다는 등 무수한 소문이 나돌고 있다. 또 관련 은행장 2∼3명이 대출커미션을 받아 곧 검찰에 소환되리라는 소문도 있다.

그러나 검찰은 현재까지 혐의가 드러난 정치인은 없으며 소환계획도 없다고 말하고 있다.

최병국 대검 중수부장은 『현재 한보 임직원들을 상대로 비자금 조성방법과 규모를 조사중이며 정치인 수사는 착수조차 않았다』며 『비자금 조성내역이 확인돼야 사용처를 추궁할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검찰은 또 비자금 조성내역을 밝혀내기 위해 국세청과 은행감독원 직원 20여명을 지원받아 압수해 온 자료를 분석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처럼 수사가 초입단계에 불과한데 정치권에서 자꾸 소문이 쏟아져 나오자 검찰은 매우 부담스러운 기색이다. 특히 야권에서 축소수사 의혹을 제기하는데 대해 불만을 나타내고 있다. 검찰의 한 관계자는 『정치권에선 설만으로 얘기할 수 있지만 검찰이 구체적인 증거없이 은행장이나 정치인을 마구 불러들일 수 있느냐』고 말했다.

최중수부장도 『수사를 서두른다느니, 짜맞추기 수사를 한다느니 말들이 많은데 대출비리 수사는 이제부터다』면서 『좀 지켜봐 달라』고 주문했다.

그러면 은행장과 정치인들 소환은 언제쯤 이뤄질까. 검찰은 수사를 해봐야 알 수 있다고만 말하고 있다. 검찰은 일단 정총회장의 진술에 기대하는 눈치다. 한보측이 이미 주요 비자금 장부를 폐기한데다, 1.5톤 트럭으로 3대분량이나 되는 압수자료를 분석하는데 시간이 많이 걸려 장부조사를 통해서는 실효성이 적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정총회장도 기업자금과 대출금을 빼내 수백억원의 비자금을 조성해 썼다는 혐의가 곳곳에서 드러나고 있는 마당에 계속 입을 다물고 있을 수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 한 수사관계자는 『정총회장이 자신의 억울함을 계속 하소연하고 있다』며 『그의 주장을 들어 주면서 마음을 돌리도록 설득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총회장은 특히 조사과정에서 『내 재산이 빚을 다 갚고도 1조원 이상 남을 만큼 충분하다』며 재산에 집착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는 정총회장이 재기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일정범위에서 검찰수사에 협조할 가능성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그러나 이처럼 검찰수사가 정총회장의 진술에 의존할 경우 진상이 제대로 밝혀질 수 있을지 의문이다.

한편 검찰은 한보 관계자들에 대한 조사와 함께 재수감된 이철수 전 제일은행장을 불러 대출과정에 특혜가 있었는지, 고위층의 압력이 있었는지를 조사하고 있다. 아직 현직행장들을 무작정 불러 조사할 수는 없기 때문에 대출을 주도한 이 전행장을 통해 정치권 등 외압의 실체에 접근해 보려는 시도이다.<김상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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