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모든 당사자들」,진상규명 나서라(사설)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모든 당사자들」,진상규명 나서라(사설)

입력
1997.02.02 00:00
0 0

한보사태 진상규명을 위해 3일 임시국회를 열겠다던 여야당이 이전투구처럼 싸우느라고 국회가 언제 열릴지 모르게 됐다. 이번 사건에 연관된 모든 부처와 기관을 총동원해 사건의 원인을 가려냄으로써 유사한 사건의 재발 방지를 주도해야 할 정부는 도리어 진상이 가려지길 기다리는 듯한 태도다.국회와 정부가 이토록 직분을 다하지 않고 있으니 국민의 시선은 자연 검찰로만 쏠린다. 사건과 관련해서 움직이는 곳은 그곳 뿐이니 그럴 만도 하다. 검찰수사가 벽에 부닥치면 그것으로 그만인가.

한보사태에 책임 있는 부처와 기관들은 정말 할 일이 아무 것도 없는 것일까. 문제의 한보에 94년 이후 4조원 가까운 돈이 대출되도록 눈을 감아 온 재경원은 자체조사라도 해서 편법대출이 왜 묵인돼 왔는지를 밝혀 국민에게 보고하고, 혐의 있는 사람은 검찰에 고발하고 징계할 사람은 징계해야 한다.

기존업체가 신규 시설투자에 필요한 융자를 얻으려 해도 해외 유력 평가기관의 기술평가보고서가 붙지 않으면 심사대상도 되지않는 것이 은행의 관례다. 이런 절차가 제대로 지켜졌는지, 생략됐으면 왜 그랬는지, 낱낱이 따져 밑바닥부터 한가지씩 사건의 근원을 캐나가는 진지한 노력이 필요하다.

통상산업부도 검증되지 않았다는 코렉스공법 도입을 승인한 경위 등을 밝힐 의무가 있다. 일차적 책임을 져야 할 은행감독원은 규정상 위반사항은 없었다는 말 한마디로 뒷짐만 지고 있어서는 안된다. 은행들이 동일인여신한도 규정을 어기고 대출해 준 한건한건의 대출 전말을 샅샅이 조사해 보고서를 내야 한다.

감사원은 또 왜 조용한가. 성수대교 삼풍백화점 붕괴같은 사고가 날 때마다 요란하게 특별감사에 나섰던 모습과는 너무 대조적이다. 이번 사건과 관련 있는 모든 부처들이 자기 업무와 관련된 부분에 대해 책임을 진다는 자세를 보이지 않는 한 이번 사건의 전모가 밝혀지기를 기대할 수는 없다.

검찰수사도 너무 모양새 갖추기에만 신경을 쓰는 것같다. 정태수 한보그룹 총회장 구속에 이어 이번주부터는 관련 전·현직 은행장들을 불러 조사한 뒤 뇌물을 받은 혐의를 걸어 몇사람 구속할 것으로 알려졌다. 「한보 리스트」에 오른 사람들은 정씨의 입을 통해서나 다른 자료에 의해 혐의가 분명한 사람들만 불러 조사하는 형식을 취할 것으로 보인다.

누가 돈을 얼마나 먹었는지를 밝히는 일은 나중에 해도 늦지 않다. 그보다는 은행 실무자들도 반대하고 전문 평가기관도 사업성을 의심한 사업체에 어떻게 그 천문학적인 액수가 나갈 수 있었는지, 그 불가해한 편법대출 구조를 밝히는 일이 사건의 핵심이요 급선무다. 은행돈은 국민의 돈이다. 그 돈을 부도덕한 기업가 한사람의 주머니에 넣어주도록 영향력을 행사한 행위는 국민의 돈을 소매치기한 것이나 다름없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