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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이스맨해튼 은행(미 기업 이렇게 불황 넘었다:5·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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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이스맨해튼 은행(미 기업 이렇게 불황 넘었다:5·끝)

입력
1997.02.0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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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덩치 키우되 군살은 빼자” 주효/‘케미컬’과 ‘체이스…’ 합병 중복조직 도려내/다양한 상품·질 높은 서비스로 경쟁력 키워지난해 9월초 뉴욕 맨해튼에 산재한 케미컬은행 지점의 간판이 일제히 내려지고, 체이스맨해튼은행이라는 새로운 간판이 올라갔다. 겉보기엔 체이스맨해튼은행이 케미컬은행을 인수한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자산규모에서 미국내 랭킹 4위인 케미컬은행이 6위의 체이스맨해튼은행을 합병하는 마지막 절차였다. 합병 당사자들은 규모야 케미컬은행이 크지만 상호에 어쩐지 화학약품 냄새가 나서 은행이라는 이미지가 약하므로, 규모는 작지만 지명도가 높은 체이스맨해튼의 상호를 사용하기로 합의했다.

기업의 상호(로고)는 기업의 존재를 의미한다. 로고와 기업의 상품이 동일한 개념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그러나 미국 역사상 최대의 은행합병이라는 케미컬은행과 체이스맨해튼은행의 합병에서는 자산 규모가 큰 은행이 자신의 로고를 포기했다. 단순히 기업을 확장하거나 경쟁기업을 인수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한 수단이었다.

2차 대전후 세계의 은행임을 자처했던 미국 금융계는 80년대 중반이후 엔화 강세에 힘입은 일본 은행에 밀려 미국 시장마저 내줘야 했다. 미국인의 자존심이라는 할리우드의 컬럼비아영화사가 일본 소니사에게 매각되고 하와이의 호화저택이 일본 부유층에 대거 팔려나갈때도 미국 달러화는 맥을 추지 못했다. 일본내 10대 은행이 세계 랭킹 10위권을 석권하는 돈의 위력앞에서 미국 은행들은 경쟁력 확보의 수단으로 인수 및 합병(M&A)을 통한 몸집 불리기의 방법을 채택했다.

케미컬은행에 합병됨으로써 새롭게 탄생한 체이스맨해튼은행은 시티은행을 제치고 과거의 1위 자리를 되찾았다. 자산 규모 3,000억 달러의 미국 최대은행은 합병과 동시에 감량화에 착수했다. 612개 지점중 비슷한 지역에 있는 지점 100개를 폐쇄했다. 전체 직원 7만5,000명의 16%에 해당하는 1만2,000명의 직원을 정리해고했다. 이렇게 해서 앞으로 3년동안 모두 15억 달러의 비용을 절감할 계획이다.

80년대 후반이후 미국 은행에 확산되고 있는 M&A는 「대형화를 통한 감량화」라는 상반된 논리를 적용하고 있다. 즉 덩치는 키우되 군살을 빼면서 경쟁력을 높이자는 것이다. 두 은행이 합쳐지면서 외형을 키우고 동시에 관리 및 영업 등 중복부문을 과감하게 도려낸다. 비용절감을 통해 증대된 이윤으로 주주에게 돌아갈 배당을 늘리고 소비자에 대한 서비스를 확대한다. 그렇게 되면 고객이 늘게 되고 다시 이윤이 확대되는 순환의 고리가 형성된다. 케미컬은행이 자신의 로고를 버리면서도 합병을 한 이유는 바로 여기에 있다.

이 은행의 김재유 부사장은 『두 은행이 합병함으로써 비용을 절감함은 물론 다양한 고객들을 위한 적절한 금융상품을 개발하고 어떤 금융상품이라도 제공할 수 있는 은행으로 새롭게 태어났다』고 말했다.

미국 금융계의 인수 및 합병은 80년대 후반이후 큰 흐름을 이루었다. 60∼70년대 연평균 130∼140건에 이르던 은행합병이 80년대 후반에는 400∼500건으로 확대됐다. 특히 90년대엔 대형 은행간 합병이 활발하게 이뤄져 10대 은행 대부분이 합병을 통해 경쟁력을 강화했다. 91년에는 랭킹 6위였던 케미컬은행이 매뉴팩처 하노버은행(10위)을 흡수합병했고 92년엔 2위였던 뱅크 아메리카가 시큐어리티 퍼시픽은행(5위)을, NCNB(7위)가 퍼스트 피델리티(8위)를 각각 합병했다. 95년에도 10위권내에 있는 퍼스트 유니언은행, 퍼스트 시카고은행이 중소은행을 인수했다.

10여년의 미국 은행 합병사에 큰 획을 그었던 케미컬과 체이스맨해튼은행의 합병은 1년여의 절차를 마치고 이제 정착단계로 들어갔다. 체이스맨해튼은행은 1억 달러를 들여 거래가 이뤄지는 순간 모든 거래가 바로 컴퓨터에 입력되도록 창구마다 초고속컴퓨터를 설치할 계획이다. 새로운 체이스맨해튼은행은 케미컬은행의 실용성과 양질의 서비스를 제공하던 옛 체이스맨해튼은행을 화학적으로 통합하는 새로운 이미지를 가꿔나가고 있다.<뉴욕=김인영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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