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기업이해·여야 떠나 평소에 미리공작/혈연·학연 접근… 재선이상 정씨 직접만나『건네는 돈이 생각보다 동그라미 하나는 더 많다』 『한번 인연이 닿으면 끝까지 봐주는 의리가 있다』 한보부도사태가 권력형 비리의혹으로 확산되면서 정치권에서는 한보의 정치인들에 대한 로비스타일이 화제가 되고있다.
대부분의 정치인들은 한보와의 관계를 강력히 부인하고 있다. 한보의 제의를 거절한 의원들마저도 『한보와 전혀 관계가 없다』며 굳게 입을 다물고 있다.
하지만 일부 전·현직의원들이 털어놓은 로비를 종합하면 한보의 로비는 상당히 치밀하고 계획적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선거나 기업의 이해관계뿐 아니라 평소에도 여야를 가리지 않고 「전방위」로비를 해온 것으로 드러났다.
정치인들에 대한 로비는 처음부터 정태수 총회장이 직접 나서는 경우는 드물다. 먼저 로비대상인 정치인과 혈연, 학연 등으로 가까운 회사관계자나 제3자를 보내 연을 맺은 뒤 정회장을 소개하는 형태를 취하고 있다. 재선이상 의원은 정총회장이 직접 맡고, 비중이 좀 떨어지는 의원은 정보근 회장이나 그룹 실세중역들이 담당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전직 여당의원인 L씨는 90년 정총회장으로부터 『식사나 함께 하고싶다』는 연락을 받고 서울 시내 한 호텔에서 조찬을 함께 한적이 있다. 정총회장은 『당신같이 유능한 사람을 앞으로 내가 지원하고 싶다』며 『지구당 당직자들과 회식이나 하라』고 봉투를 건넸다. 그는 봉투두께로 보아 500만원 정도라고 생각하고 내용을 확인하지 않은채 비서에게 예금케 했다가 나중에 5,000만원이란 사실을 알고 깜짝 놀랐다는 것이다.
야당 K의원은 한보그룹의 학교동창들을 통해 많은 로비를 받았다고 말했다. 상임위에서 한보건이 거론되면 한보에서 동창들을 보낸다는 것이다. 그는 『지난해 연말 후원회 때에는 한보그룹의 사장급으로 있는 친구가 찾아와 후원금을 내놓고 돌아갔다』고 말했다.
후원금은 한보와 관계있는 재경위와 통상위뿐 아니라 일반 의원들에게도 전달돼온 것으로 알려졌다. 야당의 다른 K의원은 『후원회에 정총회장이나 정보근 회장이 직접 찾아오는 경우는 드물고, 회사 중역을 보내거나 은행 온라인 계좌로 입금시키는 방법으로 접근해 왔다』고 말했다.<권혁범 기자>권혁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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