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장혐의 고민 “거액부도” 들어 사기 추가/수감절차후 곧바로 다시불러 조사강행군검찰은 31일 영장이 발부된 정태수 한보그룹 총회장을 일단 서울구치소에 입감하는 절차를 거친뒤 검찰청으로 다시 데려와 조사를 계속, 수사의 강도가 높아질 것임을 감지케 했다.
○…영장발부 2시간여만인 하오 9시 정각에 검찰청사 로비에 모습을 나타낸 정총회장은 굳은 표정으로 잠시 포즈를 취했으나 『정·관계 로비설이 사실이냐』, 『구속이 부당하다고 생각하느냐』는 등의 질문에 입을 굳게 다물었다. 지친 표정이 역력한 정총회장은 소환당시와 마찬가지로 정장에 운동화 차림이었고 주머니에는 플라스틱 약병이 꽂혀 있었다.
검찰은 정씨를 서울구치소에 일단 수감하는 절차를 거친뒤 검찰청사로 소환해 조사를 계속했다.
○…정총회장의 구속영장 심사를 배당받은 이상철 영장전담판사는 영장이 청구된지 2시간30여분만인 하오 6시40분께 피의자 심문절차를 거치지 않고 영장을 발부했다. 이판사는 ▲정총회장이 혐의사실을 대체로 부인하고 ▲관련 증거서류들이 은닉 또는 파손됐으며 ▲일부 자금관련 직원들이 잠적 또는 도피한 점 등을 영장발부사유로 밝혔다. 이판사는 『기하학적인 수치의 금액이 부도가 난 만큼 구속의 소명은 충분한 것 아니냐』고 실질심사 없이 영장을 발부한 이유를 설명했다.
이판사는 『정총회장이 혐의를 완전히 부인할 것으로 생각했는데 수표발행의 책임은 인정하고 있다』며 다소 의아해 하는 표정이었다.
○…대검관계자는 『정총회장이 부정수표단속법과 상호신용금고법 위반부분에 대해서는 자신이 직접 결재를 했다고 시인했지만 사기·횡령혐의는 강하게 부인했다』고 말했다. 한 수사관계자는 정총회장이 중수부에서 여러 차례 수사를 받은 경험이 있기 때문에 드러난 사실로 실랑이를 벌여 정력을 낭비하지 않겠다는 전략으로 풀이하며 앞으로의 수사를 걱정했다.
○…검찰은 당초 정총회장에게 부도수표 발행과 한보상호신용금고로부터의 변칙대출 혐의만을 일단 적용할 것을 시사했으나 적자가 누적된 상황에서 어음을 남발한 혐의에 대해서도 사기죄를 함께 적용했다.
최중수부장은 하오 3시 기자간담회에서 『사기죄 적용을 검토하고는 있으나 가능할지 모르겠다』고 말했으나 구속영장에는 사기혐의도 포함돼 있어 부정수표단속법 등 2가지 혐의만 적용했을 경우 대형 범죄피의자에 대한 구속사유로는 가볍다는 인상을 줄 수 있음을 고려한 것 아니냐는 관측을 낳고 있다.
○…정총회장은 30일 하오 9시께 잠자리에 든 것으로 알려졌다. 대검 관계자는 새 형사소송법에 따른 철야조사 시비를 막고 고령인 점등을 고려, 『몸이 좋지 않아 평소 습관대로 일찍 자야 한다』는등 정씨의 여러 요청을 모두 받아들이며 최대한 편의를 제공했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단기적인 수사성과보다는 일단 정총회장을 구속한 뒤 차근차근 정·관계와 관련된 의혹을 모두 밝혀낸다는 방침』이라고 밝혔다.<현상엽 기자>현상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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