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죄질대신 주거확인 등 중점/검경선 불만 “부당사례 수집”개정형사소송법에 따라 올해 도입된 영장실질심사제가 시행 한달을 맞았다.
서울지법 본원에 30일까지 청구된 구속영장건수는 모두 523건(미제 21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청구건수 1,016건의 절반가량. 실제 영장이 발부돼 구속된 피의자수도 지난해 같은 기간 917명에서 올해는 444명으로 줄었다. 구속자수는 전국적으로는 그 차이가 더 커 지난해 같은 기간 1만여명에서 올해는 25% 가량인 2,500여명에 불과하다.
「모든 피의자나 피고인은 형이 확정될 때까지는 무죄로 추정한다」는 형법의 대원칙 아래 인신구속을 신중히 하겠다는 이 제도의 본래 취지가 제도시행 한달만에 어느 정도 정착단계에 접어든 것.
「도주 및 증거인멸 우려」가 구속여부를 가리는 유일한 판단기준으로 자리잡으면서 「구속=처벌」로 인식해온 국민법감정이 점차 바뀌고 있는 것도 긍정적 성과의 하나로 꼽힌다. 죄질의 경중 대신 가족관계, 여권소지여부, 주민등록 주소지와 실제거주지와의 동일여부 등이 피의자신문에서 중요한 확인사항이 된 것도 이에 따른 새로운 풍속도다.
실질심사를 통해 구속된 피의자라 하더라도 도주와 증거인멸의 우려가 없다는 법원의 판단이 다시 서면 구속적부심, 기소전보석, 기소후보석 등 여러 단계를 통해 언제라도 풀려날 수 있게 됐다.
이러한 변화에 대해 법원측은 대체로 긍정적 반응을 보인다. 서울지법의 한 판사는 『수사를 위해 구속영장을 청구하던 과거 수사기관의 관행을 무너뜨렸다는 점에서 바람직한 현상』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비판의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특히 수사기관인 검찰과 경찰은 『도대체 수사를 하라는 것이냐. 하지 말라는 것이냐』라며 수사의 어려움을 항변한다. 서울지검의 한 검사는 『법원이 영장을 기각해 피의자 신병을 확보할 수 없었다』고 불만을 토로한 뒤 『이에 대한 항의 차원에서 법원의 부당한 기각사례를 수집하고 있는중』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최근 한보부도사태와 관련해서도 이런 어려움이 현실화하고 있다. 검찰은 관계자들을 소환해 조사하면서도 새 형사소송법의 규정에 따라 소환자들이 귀가를 원하면 어쩔 수 없이 돌려보내는 등 수사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러한 법원과 검찰의 입장차이는 ▲실질심사 피의자들의 유치장소와 기간 ▲긴급체포나 체포영장의 요건 등에 대한 마찰로 표면화하기도 했다.
영장실질심사제의 완전한 정착을 위해서는 불구속피고인들에 대해 법원이 죄질에 따라 과감히 법정구속을 선고함과 동시에 현재 드러나고 있는 문제점들에 대한 보완책 마련에 법원과 수사기관이 협력해야 한다는 지적이다.<이영태 기자>이영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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