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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소연 ‘극에 달하다’/이광호 문학평론가·서울예전 교수(시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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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소연 ‘극에 달하다’/이광호 문학평론가·서울예전 교수(시평)

입력
1997.02.0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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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인칭을 향한 격렬한 고백문학평 필진이 이광호 서울예전 문예창작과 교수와 황종연 동국대 국문과 교수로 바뀌었습니다. 시평을 담당할 이교수는 고려대 국어교육과를 졸업하고, 고려대 국문과 대학원에서 박사과정을 수료했습니다. 소설평을 맡은 황교수는 동국대 국문과를 나와 동대학원에서 박사학위를 받았습니다.<편집자 주>

아마도 김소연의 시집 「극에 달하다」를 처음 펼친 독자들은 「중앙정렬」이라고 불리우는 낯선 행갈이 방식에 당황할지도 모른다. 독자들은 왜 이렇게 써야만 했는가를 시인에게 묻고 싶을 것이다. 그러나 시인은 친절하게 대답할 필요가 없다. 시인에게는 독자들을 낯설게 할 자유가 주어져 있다. 그러나 그 자유는 시인 자신의 문학적 운명을 걸고 행사하는 자유라는 측면에서 아주 위험한 자유에 속한다.

「시적 자유」란 시인에게 결코 무기가 아니라 돌이킬 수 없이 뼈아픈 선택의 무게이다. 시인에게 이런 낯선 형식의 선택은 어떤 시쓰기의 중심, 혹은 중심의 시쓰기에서 탈주하려는 욕망과 관련되어 있다. 그의 시가 어떤 삶의 「극」 혹은 시장르의 「외곽」에서 쓰여지고 있다는 측면에서 더욱 그러하다. 이러한 시쓰기의 지형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1995년, 개인적인 봄」이라는 작품이 시사적인데, 여기서 시인은 「세상에 대해 나는 당신들의 바깥에 있다」고 전제하고 「사랑에 대해서만큼은 아직 당신들 안쪽에/있기로 했다」고 말한다. 김소연의 안과 바깥, 중심과 외곽은 실존적인 문맥에서 설정되어 있다. 김소연의 바깥에는 버려진 것, 죽어가는 것, 소외된 것들이 살고 있고 「학살의 일부」가 진행되고 있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안과 밖의 구분이 아니라 그것의 중층적인 관계이며 이것을 가능케 하는 욕망의 운동방향이다.

이 시집에서 드러나는 독특한 비유체계 중의 하나는 식욕에 관한 것이다. 그것은 결핍과 포만, 매혹과 거부 사이를 오간다. 식욕과 미각은 아주 깊은 곳에서의 욕망의 움직임을 반영한다. 시인이 「달디단 꿈 1」이라는 시에서 「내 소원은 그러니까/차례차례 사랑이었던 것들과 함께/깔끔한 아침을 먹는 것」이라고 말할 때, 그것은 내밀한 곳의 꿈을 길어올리고 있다.

시인은 한편으로는 「완벽한 아사」를 꿈꾸면서 한편으로는 달디단 식사를 욕망한다. 시의 논리 안에서 그것은 상반된 욕망이 아니라 식욕과 관련된 아주 근원적인 꿈들의 관계이며 보다 강하게 결핍을 지각하고 욕망하는 자의 정직성을 반영한다. 김소연 시의 수사는 매우 격렬하고 자극적이지만 그 어법은 기본적으로 고백적이다. 이 과격한 고백이 보여주는 세계는 「나」라는 일인칭이 「당신」에게 하는 고백의 형식을 깔고 있다. 그 고백은 매우 치열하게 진행되고 있지만 어떤 경우 그 치열함에 맞먹는 시적 명료함과 구체성을 동반하지 못하고 있다. 이런 맥락에서 시인이 보다 선명한 방식으로 「극에 달한」 시를 보여주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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