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은 사이버 네트워크의 천국이다. 한달에 10달러면 인터넷을 무한정 사용할 수 있다. 전화요금은 별도로 들지 않는다. 시내전화 요금체계가 우리와 달라 한달에 약 14달러(1만2,000원)만 내면 무한정 전화를 사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아무리 자주, 또 아무리 장시간 통화를 하더라도 추가요금이 들지 않으므로 3분 단위로 돈을 내는 우리와 비교하면 많이 쓸수록 남는다는 생각이 들기 마련이다.추가요금 부담이 없기 때문에 어른 아이 가릴 것 없이 인터넷을 이용한다. 웬만한 부유층이 아니더라도 어릴 적부터 인터넷 공간을 오가며 첨단정보통신을 익히는 것이 가능하다. 빌 게이츠가 어릴 적 어머니의 극성 덕에 컴퓨터와 일찍 접촉, 첨단정보시대의 황제로 군림하고 있듯 이러한 기반조성으로 또 미래의 빌 게이츠들이 자라나고 있다.
모두가 PC통신을 마냥 즐기는 가운데 전화회사들은 울상이다. 저녁 때 인터넷을 켜놓은 어린이가 전화를 끊지않고 그냥 잠이 들어 버린다. 추가요금 부담이 없다 보니 부모도 신경써서 챙기지를 않는다. 공짜의 부작용을 앓는 셈이다. 전화회사들은 전화선이 엄청나게 사용되고 있는데도 추가이익도 없이 시설투자를 늘려야 할 판이다. 급기야 일부는 많이 쓰면 쓸수록 요금을 더 내는 시분제를 도입해 달라고 연방통신위원회에 요청하고 나섰다. 그러나 리드 헌트 위원장은 『인터넷 전화선사용이 「공짜점심」이긴 하지만 나라전체를 위한 공짜점심』이라며 응하지 않고 있다.
우리도 미국에 못지않게 전화선이 잘 깔려 있는 것으로 세계적으로 정평이 나 있다. 통계상으로 유일하게 선진국수준에 오른 게 통신인프라라 할 수 있다. 그러나 낭비를 감수하면서까지 「공짜점심」을 제공하는 수준에는 이르지 못했다. 미국의 통신위원회나 전화회사가 모자라서 「무한전화선」을 제공하고 있는 게 아니다. 공짜의 부작용을 앓더라도 정보통신의 꽃을 피우겠다는 속뜻을 담고 있으며 그 결과 실제로 그렇게 되고 있다.
우리의 현재 시분제 요금수준은 전보다는 싸졌지만 부담없는 접근을 어렵게 한다. 이용자에게 주름살을 안기고 특히 서민들을 배척한다. 더구나 우리는 정부투자기관이고 미국은 완전자유화한 민간기업이다. 공기업이 돈벌이에 연연하고 민간기업이 첨단정보시대에 더 적합하고 양질인 통신 서비스를 공급한다니 거꾸로 된 느낌이다.
앞서가는 자만이 살아남는 세계경쟁의 시대다. 「앞서가기」는 단기적 이해타산만 따져 절로 되지 않는다. 이익축소를 감수하는 투자시각이 필요하다. 전화요금 결정권을 쥐고 있는 정부가 돈벌이 탓에 사이버 네트워크의 대중화를 제약한다면 정보산업에서도 적당히 「따라가기」만을 하겠다는 아류자수준에 머물러 있음을 의미한다. 낭비가 겁난다면 시분제를 유지하되 요금을 더 내려야 한다. 이러한 일이 정보통신부가 꼭 해야 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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