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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남저수지 보존­개발 ‘딜레마’/동양 최대 철새도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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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남저수지 보존­개발 ‘딜레마’/동양 최대 철새도래지

입력
1997.02.0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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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변개발 여파로 하루 1만마리만 찾아와/최근 보호구역 지정싸고 주민­환경단체 마찰속/인간의 생존권과 새들의 보금자리 보호가 공존하는 방법은 없을까한때 「동양 최대의 철새도래지」로 각광받던 경남 창원시 주남저수지가 지난달 15일의 갈대숲 방화사건을 계기로 「보존이냐, 개발이냐」의 심판대에 올랐다. 이 일대를 철새보호구역으로 지정해야 한다는 환경단체의 주장에 대해 지역주민들은 재산권 침해라며 반발하고 있어 날로 갈등이 깊어지고 있다.

주남저수지는 주남(85만5,000평), 동판(72만6,000평), 산남(22만5,000평) 등 3개 저수지가 수로로 연결된 총면적 180여만평(602㏊)의 대형습지다. 인근 동읍면과 대산면 일대 1,803㏊의 논밭과 창원공단에 각각 농업·공업용수를 공급하고 낙동강의 홍수를 조절하는 등 다양한 기능을 갖고 있다.

풍부한 먹이, 온화한 기후 등 천혜의 서식조건을 갖춰 80년대초부터는 겨울철새가 하루 70여종 5만∼20만마리나 날아 올 정도였다. 그러나 10여년전부터 서식환경이 급격히 바뀌면서 철새의 종과 수가 크게 줄어 들었다. 한 조사에 따르면 84년 하루 70종 8만5,000여마리가 날아 왔으나 최근에는 하루 1만마리 정도로 급감했다.

저수지 주변의 환경파괴가 근본적인 원인으로 지적되고 있다. 축사와 공장, 음식점이 잇달아 들어서고 대규모 고층아파트 단지와 주택단지가 끊임없이 건설되고 있다. 이 때문에 지역환경단체 등은 수년전부터 이 일대를 철새보호구역으로 지정, 개발을 억제해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

「주남을 사랑하는 시민의 모임」대표 최종수(34)씨는 주민들이 철새 보금자리를 파괴하는 행위를 막고 새들에게 편안한 환경을 되살려 주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비닐하우스가 날이 갈 수록 늘고 있고 고성능 모터보트를 이용한 고기잡이도 기승을 부리고 있습니다. 주민들이 농작물을 보호하기 위해 앞을 다퉈 설치한 폭음기도 철새들에게는 치명적입니다』

그러나 철새보호구역으로 지정될 경우의 경제적 피해에 대한 주민들의 우려는 거의 공포에 가깝다. 이미 철새들이 가을걷이를 해 둔 벼와 파종된 보리를 먹어 치워 농작물 피해가 이만저만이 아니다. 겨울철 보리농사를 아예 포기할 지경에 이르러 주민들의 불만은 폭발 직전이다. 무엇보다도 여태까지 얼마든지 가능했던 건물 신·개축과 음식점이나 공장 신설 등이 규제되면 땅값 하락으로 커다란 경제적 손실을 겪게 될 전망이다. 가월마을 주민 이상석(35)씨는 『새를 싫어하는 것은 아니지만 새보다는 사람이 우선 살아야 할 것 아니냐』며 『철새보호도 중요하지만 농작물 피해 대책과 주민 생존권 보호 대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보존-개발」의 평행선 대결을 풀 수 있는 방안은 무엇일까. 갈대숲 방화사건 이후 불탄 갈대숲에 짚을 깔고 먹이를 뿌리는 등 환경단체의 애타는 노력에도 불구하고 철새들은 눈에 띄게 줄어 들었다. 이 사건은 한번 파괴된 자연은 좀체로 회복하기 어려운 만큼 더 이상의 환경파괴를 막는 것만이 최선의 대책임을 일깨워 주었다. 또한 철새보호로 인한 주민들의 경제적 피해를 메워 줄 「공공 부담」의 필요성도 제기했다.

그동안 환경단체와 주민의 팽팽한 대립을 수수방관해 온 행정당국의 진지한 노력이 무엇보다 시급하다. 환경단체 및 주민들과 머리를 맞대고 자연과 인간이 공존하는 주남저수지를 만들 방안을 시급히 찾아내는 것이 그것이다.<창원=이건우 기자>

◎외국의 보호사례/철새 있는 곳 관광수입도 있다/주민·정부 서식지 공동관리/두루미 도래 일 이즈미마을/연간 탐조객 50만명 몰려

「철새도 보호하고 관광수입도 올린다」

선진 각국에서는 주요 철새 도래지를 보호구역으로 지정해 호수와 갈대밭 등 철새 서식에 적합한 조건을 인공적으로 만들어 주는 등 정부와 민간단체, 주민들이 삼위일체로 철새보호에 각별한 관심을 쏟고 있다.

일본 가고시마(녹아도)현의 이즈미(출수) 마을. 철원평야와 낙동강 하구, 주남저수지로 날아 오던 두루미떼가 서식환경의 급격한 파괴를 견디다 못해 90년대 초반부터 새 보금자리를 튼 곳이다. 13만여평에 달하는 이곳 도래지는 철새 조망대는 물론 조류박물관, 두루미 무덤, 두루미 역 등을 다양하게 갖추고 있다.

경희대 생물학과 윤무부 교수는 『최근 국내 서식환경의 파괴로 서서히 자취를 감추고 있는 세계적 희귀조인 두루미류가 이즈미 마을로 몰려가고 있다』며 『주민들은 매년 50여만명의 탐조객을 상대로 엄청난 관광수입을 올리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 영국 프랑스 등지에서는 철새를 과학적으로 보호한다. 철새 도래지별로 새 한마리의 하루 배설량과 1시간을 날아갈 때 필요한 열량까지 조사해 자료로 활용한다. 철새들이 영양분을 충분히 섭취하지 못할 경우 번식을 제대로 하지 못한다고 판단, 도래지를 떠나기 전에 고등어 정어리 등 열량이 높은 먹이를 제공하기도 한다.

조류전문가 원병오 박사는 『미국에서는 1만여명의 조류전문가와 6,000여명의 공무원이 철새 보호활동에 나서고 있다』며 『민간단체는 전문가의 자문을 받아 습지 등 보존가치가 큰 곳을 통째로 매입해 주민과의 분쟁소지를 원천적으로 없애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민간단체와 주민들은 철새 보호를 위한 사업이나 수익금 배분 등을 자율적으로 처리한다』고 덧붙였다.<김성호 기자>

◎전문가 진단/양운진 경남대 환경보호학과 교수/철새는 환경오염 척도/철새가 살아야 사람도 살 수 있어

수만마리의 철새가 하늘로 비상하는 광경은 그야말로 장관이다. 그러나 철새보호는 겨울 하늘의 구경거리를 지키기 위해서만은 아니다. 철새는 환경오염도를 알려 주는 척도여서 철새가 살 수 있는 환경이어야 사람도 살 수 있다.

아시아·태평양지역에는 400종 이상의 물새들이 서식하고 있으며 그중 243종이 철새로 이동시 57개국의 국경을 넘나든다. 따라서 철새의 보호는 여러나라의 공동노력에 의해서만 가능하며 이런 노력에 동참하지 않는 국가는 국제적으로 비난을 받는다.

물새들은 습지생태계 먹이사슬의 일정단계에 위치해 습지생태계의 균형을 유지한다. 해충을 잡아먹는 것은 물론이다. 이런 기능은 다른 어떤 수단으로도 대체하기 어려워 새들이 등을 돌린 생태계에는 사람도 적응하기 어렵다.

물새들은 여러가지 이유로 사라져가고 있다. 국제자연보존연맹(IUCN)의 94년 자료에 따르면 아·태지역에 서식하는 243종의 철새중 53종이 멸종위기종이고 161종의 텃새중 59종이 위기종이다. 물새의 28%가 위기종으로 분류되는 사실은 환경주의보 수준을 넘어 환경경보라 할 만하다.

철새가 지친 날개를 잠시 쉬면서 영양을 취하는 섭식지의 환경이 악화하고 있는 것은 특히 주의를 요한다. 우리나라를 거쳐 호주까지 날아가는 철새들 가운데 호주에 닿지 못하고 바다에 추락하는 새들이 늘고 있다고 한다. 우리나라 서해안의 매립과 오염으로 충분한 영양을 섭취하지 못하는 것이 한 원인으로 추정된다.

예전에는 농부가 새쫓기에 바빴지만 이제는 특별한 시기, 특별한 장소가 아니면 새들을 볼 수 없다. 새가 없어도, 들짐승이 없어도 사람만은 살 수 있다는 것은 오만하고 어리석은 생각이다. 새들이 외면하는 환경이면 사람도 영혼의 외로움 때문에라도 살 수 없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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