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처기업의 요람으로”/면세·부지 싼값 공급/지방정부,팔걷고 나서미국 앨라배마주 헌츠빌에 있는 첨단 정보통신부품 제조업체인 애드트란(Adtran)사는 86년 6명이 공동투자한 벤처기업으로 출발했다. 당시 한 낡은 건물의 주차장터에서 문을 연 애드트란은 이제 직원이 960명이 넘는 어엿한 중소기업으로 성장했다. 창립후 3년동안 온갖 시행착오를 겪은 이 회사는 89년이후 연평균 45%라는 경이적인 고도성장을 계속하고 있다. 초고속 디지털 트랜스미션 등 부가가치가 높은 200여개의 부품을 생산하고 있는 이 회사는 그러나 근래들어 성장속도가 더욱 빨라졌다.
94년에는 매출액이 1억2,344만달러로 전년도의 7,241만달러보다 무려 70%, 95년에는 1억9,754만달러를 기록, 전해보다 60% 늘었다. 또 순이익은 94년과 95년에 각각 1,861만달러, 2,945만달러에 달했다.
보잉과 모토로라 등 거대기업을 고객으로 확보하고 있는 이 회사는 연구개발비(R&D)도 해마다 40%이상 늘려잡고 있다. 지난해에는 매출액의 16%인 1,913만달러를 투입했다.
그러나 이 회사가 그리고 있는 미래상을 보면 지난날의 화려한 성과는 단지 시작일 뿐이다. 마크 스미스 최고경영인(CEO)은 『앞으로 2년안에 직원수가 두배, 매출액은 그 이상으로 늘게될 것』이라고 장담했다.
그의 말을 뒷받침하듯 애드트란 사옥은 오는 2월의 준공을 앞두고 증축공사가 한창 진행중이다. 4층건물에 건평이 5,600평인 현재의 공간도 한국에 있는 비슷한 규모의 기업에 비해 턱없이 넓지만 6,000평을 새로 조성하고 있다.
애드트란이 기존건물과 거의 같은 규모의 제2사옥과 헌츠빌공항 인근에 건설중인 8,000여평의 창고 등을 짓는데 투자하는 돈은 1,700만달러 정도에 불과하다. 증축에 가장 중요한 부지를 평당 15달러선에 구입한데다 증축관련 세금을 거의 한푼도 내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렇듯 이 회사의 고속성장에는 지방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이 큰 힘이 되고 있다. 스미스 CEO는 『지방정부는 시설증설로 고용이 창출되는데 만족해하며 아낌없는 지원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애드트란만이 특혜를 받고 있는 것은 아니다. 미국에서 두번째로 규모가 큰 리서치파크(연구개발단지)인 커밍스 리서치파크(CRP)가 들어서 있는 헌츠빌은 기업을 유치하기 위해 열성이다. 470만평의 광활한 대지위의 CRP에는 이미 170개의 기업들이 들어와 있지만 세감면 등 다양한 혜택을 마련해 놓고 더 많은 기업들에 손짓하고 있다.
앨라배마 주정부와 인구 16만명의 헌츠빌 카운티정부는 우선 부지를 조성, 이를 기업에 헐값에 팔거나 임대하고 있다. 기업들은 취득세 등의 세금을 내지 않기 위해 보통 주정부와 20년 이상의 장기임대계약을 하고 있다. 언제든 임대계약을 해약할 수 있는데다 실질적으로 소유권을 행사할 수 있고 땅값도 거의 변하지 않아 굳이 사들일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지방정부는 일단 기업을 유치한 뒤에는 그 기업이 손익분기점에 도달할 때까지 재산세와 법인세 등을 면제해 준다. 「아이디어」가 큰 재산일 뿐 재정적으로는 취약한 벤처기업들이 창업하기에는 안성맞춤이다.
기업이 이익을 낸 뒤에도 헌츠빌의 세율은 미국내에서 가장 낮은 수준이어서 큰 부담이 될 정도는 아니다. IBM, 제록스, 모토로라, 휴렛 패커드 등 50여개의 미국 대기업이 이곳에 연구소나 생산라인를 두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헌츠빌은 또 앨라배마주와 테네시주 접경지역인 미국 남동부의 교통요지라는 이점도 지니고 있다. 뉴스위크지는 『헌츠빌은 기업을 운영하기에 가장 적합한 미국내 10대 지역중 하나』라고 보도한 바 있다.
81년 이곳에 진출한 LG 일렉트로닉스 앨라배마의 김기종 법인장은 『땅값과 세금이 한국과는 비교가 안될 정도로 싸고 임금도 시간당 5, 6달러에 불과하다』며 『지방정부는 그러나 우리가 180명을 고용했다는 이유로 최고의 대접을 해주고 있다』고 말했다.<헌츠빌(앨라배마주)=이종수 특파원>헌츠빌(앨라배마주)=이종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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