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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보,정치적 감상법/이종구 정치부장(데스크 진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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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보,정치적 감상법/이종구 정치부장(데스크 진단)

입력
1997.02.0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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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문기자를 오래하면 「감」이 발달한다. 신체 감각기관의 직업적 진화이다. 그 감에 비춰볼때, 이번 한보사태는 어딘가 심상치 않다.한보사태를 바라보는 많은 사람들은 왜 이런 일이 벌어졌는지, 왜 권력형 비리라고 그러는지 잘 모른다. 그렇게 까다로운 은행들이 수천억원씩을 왜 한보에만 선뜻 내줬고, 은행장들이 줄줄이 코가 꿰인 이유는, 왜 아무 곳에서도 그동안 문제제기를 하지 않았으며, 문민정부의 실세들이 과연 개입했을지 등등에 대해. 여기서 신문기자의 감에 비춰, 한보사태에 대한 나름의 감상, 「정치적 감상법」을 정리해 본다.

<6공때 한보는 수서사건으로 엄청난 타격을 입었다. 정태수씨와 배후로 찍힌 인사들이 감옥에 갔다. 따라서 한보는 당연히 결딴나야 했다. 92년말 대통령선거로 문민정부가 들어섰다. 그런데 결단났어야 할 한보는 거꾸로 승승장구 해왔다. 반도체를 만들어 팔거나, 자동차를 만들어 팔아 돈을 왕창 벌지도 않았는데, 한보는 오히려 재계 14위로 급부상했다. 한보가 은행돈을 제돈처럼 갖다 썼기 때문이다. 한보의 배경에 은행장의 목줄을 쥔 사람들이 없다면 불가능한 일이다. 어느 날 은행대출에 한계가 왔다. 시간을 끌면 끌수록 은행은 망하고, 정부는 돌이킬 수 없는 곤경에 처할 지경이 됐다. 대통령선거도 있고, 다음 정권으로 가면 실상보다 더 큰 화를 입게 될지도 모른다. 은행과 정부는 더이상 한보에 대출을 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한보는 부도가 났다.>

한보사태의 의혹을 풀 수 있는 사람은 오직 한 사람, YS 뿐이다. YS는 정치적 감과 상황파악 능력, 그에따른 결단력이 뛰어나다는 평을 들어왔다. 그래서 한보사태에 대한 YS의 자세는 그 어느 때보다 결연하며, 그의 주변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고 들린다. 얼굴에서 며칠째 웃음이 보이지 않는다고 한다. 한 측근은 『목숨을 걸었다』는 대통령의 말에 눈물이 핑 돌았다고 전했다.

YS는 성역없이 엄정수사할 것을 지시했다. 그가 한보사태에 자유롭지 못할 이유는 없을 것이다. 대통령이 되기 전 그도 우리의 척박한 정치풍토속에서 성장해온 정치지도자였으므로 흠결이 있을 수 있으며, 또한 용인받을 수 있다. 그러나 대통령이후는 다르다. YS는 문민정부하에서 누가 한보 커넥션에 연루됐는지 밝혀지도록 모든 조치를 취해야한다. 『절대 관련없다』고 주장하는 주변인사들의 말이 사실인지 거짓인지를 가려내야 한다. 또 있다. 제2의 한보, 또다른 한보사태는 없는 것인지 철저히 점검해야 한다. 대선이 다가오기 전에, 레임덕이 심화하기 전에 그의 말대로 「학실하게」해 둘 필요가 있다. 한보사태에 의혹이 남는다면 그 의혹은 엄청난 화의 씨가 될 것이다.

YS는 어려운 일이 있어도 비켜가지 않는다. 정면으로 당당하게 받아친다. 정치지도자 YS의 장점이다. 그의 정치철학은 잘 알려진대로 대도무문이다. 그 장점이 발휘되기를 국민은 기대한다.

순전히 경제적 측면에서 본다면, 한보 사태는 정태수씨가 한보철강을 밑천으로 벌인 일종의 「기업노름」의 말로라고 할 수 있다. 물론 경제가 잘 굴러갔다면 그의 노름은 성공했을지도 모른다. 경제침체와 더불어 그의 노름판 끗발은 다 됐고, 결국 일이 터진 것이다. 노름꾼으로 치부해서인지 정태수씨가 밉게 보인다. 그가 벌인 노름밑천의 탕감을 위해 국민의 돈 1조원이 또 날아갈 판이다. 그는 왜 검찰에 불려갈 때마다 이상한 차림을 하는 걸까. 휠체어에 앉아 마스크를 쓰더니, 이번에는 모자에 코트를 입고 운동화를 신었다. 아마도 그나름의 「소환패션」인가 보다. 그 패션조차 밉게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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