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31일 예정을 바꿔 김영삼 대통령 주재로 긴급 경제장관회의를 연 것은 그만큼 우리 경제의 위기상황이 심각하기 때문이다.국내외 상황을 살펴보면 우리 경제에 도움을 줄 수 있는 상황은 거의 없다. 노동법파동 등으로 생산활동은 위축되고 있고 실업은 급증하고 있는데다 한보사태까지 겹쳤다.
여기에 일본 엔화 절하속도가 원화보다 훨씬 빠르게 진행돼 수출상품의 경쟁력을 떨어뜨리고 있다. 한보사태로 금융기관도 위축돼 정상적인 기업들도 자금 조달·운영이 예전에 비해 어렵게 됐고, 사정설 등이 퍼지면서 기업의 투자마인드는 얼어붙고 있다.
그래서 정부는 이날 경제장관회의를 부총리 주재에서 대통령으로 격상시켰다. 이번 사태가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인 셈이다.
그러나 이날 회의는 이같은 정부의 강한 의지에도 불구하고 실질적인 내용이 별로 없어 「회의를 위한 회의」였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 재정경제원을 비롯해 통상산업부 노동부 건설교통부 등에서 보고한 대처방안이 이미 발표됐거나 알맹이가 없었다.
정부는 이날 회의에서 한보철강 당진제철소의 연내 완공을 위해 약 1조원을 추가지원키로 했다. 그러나 의문은 여전히 남는다. 과연 당진제철소가 경제성이 있느냐는 것이다. 정부는 당진제철소가 채택한 코렉스방식이 능률적이라고 강조하고 있지만, 업계에서는 이 방식에 대한 검증이 아직 끝나지 않은 상태고 당진제철소의 설비가 상업성이 크게 떨어질뿐 아니라 자금유용에 따른 부실시공 가능성도 높아 공장이 완공되더라도 정상가동이 불투명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또 한보에 5조원가량이 물려있는 금융기관에 대한 별도의 지원없이 금융기관들에게 다시 1조원정도를 추가대출토록 요청한 것도 금융기관의 부실화를 정부가 촉진하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많다. 정부는 한보의 진성어음에 대해서는 은행의 일반대출로 바꿔 자금을 지원한다고 발표했으나 일부 은행들이 이에 반발하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이상호 기자>이상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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