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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정의 매력은 영원불변/날씬해 보이고 유행도 안타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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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정의 매력은 영원불변/날씬해 보이고 유행도 안타고

입력
1997.02.0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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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블랙 디자이너들도 예외없이 검정옷 즐겨다채로운 색깔을 앞세워 검정을 밀어내려는 패션계의 안간힘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가장 많이 판매되는 옷은 검정색옷이다.

이런 현상은 우리나라에서도 그렇고 유럽과 미국에서도 마찬가지다. 미국의 패션잡지 「보그」는 지난 90년 패션화보에서 검정옷의 소개 금지를 선언하기까지 했다. 패션화보가 검은색 옷들로 「도배」되는 것을 지긋지긋하게 여긴 편집장 애너 윈투어의 지시에 의해서 내려진 이 결정은 수년간 계속됐다.

그러나 재미있는 것은 이렇게 잡지의 사진에서는 색깔있는 옷을 권하고 있는 패션잡지의 편집자 기자들이 자신은 일상생활에서 검정색옷을 주로 입는다는 사실이다. 소비자들에게는 검정옷을 벗고 색깔있는 옷을 입으라고 권하는 디자이너들 역시 마찬가지다. 거의 예외없이 검은색옷을 즐겨 입는다. 실례로 패션쇼에 여러가지 색의 옷을 발표한 디자이너가 쇼의 마지막 무대에 올라 인사를 할 때는 십중팔구 검정색옷 차림이다. 묘한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남들에게는 색깔있는 옷으로 유행의 변화를 권하면서도 자신들은 검정옷을 즐겨입는 디자이너들의 검정옷 선택의 이유는 무엇인가. 설윤형씨는 『검정은 모든 색의 완성편』이라고 설명하며 장강효씨는 『검정옷은 백지의 캔버스처럼 입는 사람의 분위기에 따라 느낌이 달라지는 매력을 갖고 있다』는 견해를 가지고 있다. 루비나씨는 『옷색을 맞춰서 입어야 하는 신경을 쓸 필요가 없다. 검정은 바쁜 생활에 최고』라고 예찬한다.

이런 생각은 나라와 상관없이 공통된 것이기도 하다. 최근 검은색의 매력을 다룬 인터넷 여성 웹사이트인 「여성통신(women’s wire)」의 패션칼럼은 검은색을 「영원한 클래식」이라고 단언하고, 패션계 종사자들이 검은색을 즐겨입는 이유가 일반 사람들의 생각과 다르지 않다고 해석했다.

우선 검정은 다른 모든 색과 조화를 잘 이루며 더러움이 쉬이 드러나지 않는다. 날씬해 보이고 언제 입어도 유행에 뒤진다는 느낌을 주지 않을 뿐더러 세련된 느낌을 주어 투자가치가 높다. 곧 「경제적」인 색이다. 검은색은 어느 피부에도 잘 어울린다. 창백한 피부든, 누른 피부든 관계가 없다.

그러나 검정색이 가진 이미지에 부정적인 면도 없지 않다. 검정은 과부, 흡혈귀, 그리고 무정부주의자와 파시스트의 이미지와 연결된다.<박희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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