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평화에 뜨거운 감자미국이 95년 뉴욕에서 체포한 팔레스타인 회교무장단체 하마스의 지도자 아부 마르주크(46)를 이스라엘에 인도하려하자 하마스가 「피의 보복」을 다짐하고 나섰다.
마르주크는 95년 이스라엘에서 하마스가 자행한 4차례의 연쇄 자살폭탄테러를 배후지휘한 혐의를 받고있는 거물급 테러리스트. 이스라엘 정부로부터 신병인도 요청을 받았던 미국은 29일 오랜 설득끝에 마르주크의 동의를 얻고 그를 2개월내 이스라엘로 넘기기로 한 것. 마르주크는 『미국에 머무느니 차라리 이스라엘에서 순교자가 되겠다』고 이유를 밝혔다.
때문에 한동안 잠잠했던 하마스의 불같은 전의가 되살아났다. 하마스는 곧바로 『미국이 그를 넘기면 중동의 화해무드를 단번에 날려버리겠다』고 협박했다. 대 이스라엘 테러는 물론 미국에 대한 보복가능성마저 시사했다. 하마스의 보복이 두려운지 팔레스타인 자치정부측도 마르주크의 송환을 적극 반대하고 있다. 야세르 아라파트 수반 역시 『하마스의 테러가 재연될 경우 중동회담 향방에 악영향을 끼칠 것』이라며 미국에 반대 서한을 띄웠다.
벤야민 네탄야후 이스라엘정권의 딜레마는 더욱 심각하다. 마르주크의 신병인도요청은 이츠하크 라빈 전임 총리당시 결정사항. 신병을 인수하자니 하마스 보복이 염려되고 거부하자니 명분이 없다. 이스라엘 법무부가 30일 『미국의 결정에 따를 것』이라며 소극 대응한 것도 이러한 이유때문이다.
미국도 엉거주춤한 형국이다. 마르주크 신병인도 방침을 유보할 경우 테러조직 하마스의 압력에 굴복하는 꼴이고 이를 강행할 경우엔 미국이 조성한 중동평화 분위기가 깨질 가능성이 큰 까닭이다. 결국 핵심 테러리스트 마르주크의 신병처리문제는 미국 이스라엘 팔레스타인 등이 서로 꺼리는 「뜨거운 감자」가 된 것이다. 이는 역으로 삼각관계의 이간을 노린 마르주크의 절묘한 계략때문일지 모른다.<이상원 기자>이상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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