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초 2조7,000억서 5조7,000억으로 ‘뻥튀기’/전문가,계열사 매입·비자금에 유용 진단한보사태에 대한 검찰수사의 초점이 당진제철소 건설비용 유용여부에 맞춰지고 있는 가운데 당진제철소 사업비가 최소한 7,000억원 이상 과다계상됐다는 전문가들의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한보그룹은 당초 당진제철소 총 사업비를 2조7,000억원으로 잡았으나 ▲시설추가 ▲이자비용 증가 ▲인건비 상승 등으로 사업비가 5조7,000억원으로 늘었다고 주장, 자금유용 의혹을 사고 있다. 한보철강의 내부사정에 밝거나 사업계획서를 면밀히 검토한 철강업계 관계자들은 이같은 한보측 주장에 강한 의문을 제기하며 한보측이 투자비를 과다하게 계상, 상당액을 계열사를 사들이거나 비자금을 조성하는데 유용했을 것으로 진단하고 있다.
철강 전문가들은 우선 2,414억원의 제철소 부지 조성비용을 차치하더라도 1단계와 2단계로 나뉘어 진행된 공장과 설비의 건설비에서만 5,300여억원이 얹혀 있을 것으로 추정했다. 또 한보철강이 96년 투자비에 추가한 각종 비용에서 2,000억원이상 유출됐을 것으로 보고 있다.
공장과 설비부문의 경우 95년 6월 1단계로 완공한 2개 공장에서만 1,680억원의 차이가 난다고 관계자들은 지적하고 있다. 한보측은 1단계인 연 100만톤 생산규모인 소형봉강(철근)공장에 4,383억원, 연산 200만톤의 제1열연공장에 7,797억원, 부대시설 2,875억원 등 1조5,055억원을 투입했다고 하지만 전문가들은 최대한으로 잡아야 1조3,375억원 정도라고 지적했다.
포항제철 건설부문 관계자는 『소형봉강공장은 3,500억원, 열연공장도 7,000억원이면 지을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 포항제철이 지난해 10월 광양에 완공한 연산 180만톤 규모의 열연공장 건설비는 6,212억원에 불과했다. 한보측은 이어 2단계 공사를 진행하면서 95년4월과 10월 두차례에 걸쳐 코렉스설비(6,930억원)와 제2열연공장 등을 설치한다며 사업비를 1조8,602억원으로 제시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코렉스설비의 경우 포철이 지난해 만든 60만톤짜리 건설비가 1,500억원밖에 들지 않은 것을 예로 들면서 한보의 코렉스설비(150만톤)는 5,000억원이면 충분할 것으로 분석했다.
관계자들은 또 한보측이 각각 8,305억원, 8,000억원으로 잡은 제2열연공장과 냉연설비 건설비도 7,500억원, 7,000억원 정도밖에 들지 않아 95년 한해동안 3,708억원 정도가 어디론가 빠져나갔을 것으로 보고 있다. 한보철강 신규사업팀 관계자도 『2단계에 추가로 설치한 공장과 설비의 투자액이 10∼20%정도 과다하게 상정돼 있는 것은 사실』이라고 실토했다.
자금유용 의혹은 한보그룹이 94년부터 13개의 계열사와 2개의 위장계열사를 사들이는데 최소한 1,000억원대 자금을 지출한데서도 드러난다.
한보는 94년 7월 한보신용금고의 지분 90%를 매입하는데 180억원(프리미엄 제외), 시베리아 가스전사업을 위해 루시아석유회사의 지분 25%를 매입하는데 250억원, 위장계열사인 세양선박과 대동조선을 사들이는데도 364억원을 지출했다.<선년규 기자>선년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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