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보,「진성」 변조 자금조달/전문브로커통해 신금 등서 할인/제2금융권 연쇄부도사태 우려한보철강이 지난해 초부터 자금난이 악화하자 융통어음을 무더기로 발행, 금융기관에서 할인받거나 할인이 쉬운 진성어음으로 불법변조, 수천억원대의 자금을 조달했다는 소문이 사실로 드러났다. 한보철강이 발행한 융통어음과 가짜 진성어음은 5천억원을 넘을 것으로 추산돼 이를 할인해 준 할부금융사 신용금고 파이낸스 등의 연쇄부도가 우려된다.
검찰은 31일 정태수 한보그룹 총회장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정총회장이 계열사인 한보상호신용금고와 짜고 지난 해 10월 한보철강이 발행한 6억5천3백만원짜리 융통어음을 건설업체에 물품대금으로 지급한 것처럼 꾸며 할인받는 등의 수법으로 4백32억원을 불법할인받은 사실을 밝혀냈다.
검찰은 그러나 실제 발행한 융통어음이 이보다 훨씬 많을 것으로 보고 수사중이다. 은행감독원 등에 따르면 한보철강이 종합금융사(옛 단자사) 신용금고 파이낸스사 등 제2금융권으로부터 빌린 자금은 1조8천억원을 넘으며 이 중 6천6백억원은 은행의 지급보증이 없는 무보증어음을 할인해 받은 대출자금이다. 검찰과 은감원은 지급보증이 없는 대출자금중 5천억원 이상을 한보철강이 융통어음을 발행해 조달한 것으로 보고 있다.
한보철강이 융통어음을 이처럼 남발한 것은 진성어음과 달리 상거래를 하지 않고도 자금조달을 위해 손쉽게 발행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한보는 종합금융사에서만 융통어음을 할인토록 한 단기금융업법 규정때문에 자금조달이 어렵자 사채업자 등 전문브로커들을 통해 융통어음을 진성어음으로 위조, 은행과 신용금고 등에서 할인받는 수법도 쓴 것으로 드러났다.
검찰은 한보철강이 융통어음을 대량 발행, 명동 신사동 등 사채시장에서 연리 19%가넘는 고리로 할인받고, 사채업자들은 융통어음에 세무서장직인을 위조해 만든 공사계약서 세금계산서 등 허위서류를 첨부, 금융기관에서 다시 할인받은 것으로 보고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김상철·유승호 기자>김상철·유승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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